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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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10-14 14: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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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1:16-20 
설교일 2012-10-14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가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예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이 배에서 그물을 깁고 있는 것을 보시고,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들은 아버지 세베대를 일꾼들과 함께 배에 남겨 두고, 곧 예수를 따라갔다.

<마가복음서 1:16-20>


■ 들어가는 이야기

봄은 꽃의 계절이고 가을은 단풍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봄의 꽃들이 화려하다면 가을의 단풍은 품위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도 해마다 봄과 가을을 거치면서, 세월이 감에 따라 더 아름다워지고 다 품위 있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빕니다. 오늘은 2쳔 여 년 전에 살았던 두 집안의 형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한 형제는 시몬과 안드레이고, 또 한 형제는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입니다.

■ 그물을 버리고

이 두 형제 곧 네 사람은 모두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요즘 ‘강남 스타일’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만, ‘서울의 강남’ 하면 부자 동네가 연상이 되지 않습니까? 그 가운데서도 ‘강남 부자’ 하면 어마어마한 부자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그 반면에 서울에는 가난한 동네들도 있지요. 이와 같이, 같은 시대 사람이라면 동네 이름만 들어도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이 네 사람은 ‘갈릴리 사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거기다가 직업은 ‘어부’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 사람들은 ‘갈릴리’ 하면 ‘아, 그 가난한 동네!’하고 척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어부’ 하면 ‘아, 그 고생하는 사람들!’ 하고 금방 알아듣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던 두 집안의 두 형제는 예수님을 만난 뒤에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시몬과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예수님의 대표적인 제자들이 되었지요. 2천 년 전에 중동의 조그마한 나라 시골동네에 살던 사람들의 이름을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사는 저와 여러분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사람들의 인생이 언제부터 이렇게 180도로 달라졌겠습니까? 그것은 이 사람들이 ‘그물을 버리면서부터’였습니다.

이처럼 삶의 전환은 ‘버림’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도종환 씨의 작품 가운데 〈단풍 드는 날〉이라는 시가 있는데, 거기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 도종환, ≪슬픔의 뿌리≫(실천문학, 2002), 57쪽.


어부에게 있어서 그물은 ‘제 삶의 이유’이고 ‘제 몸의 전부’일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이 네 사람은 예수님 앞에서 미련 없이 그물을 버렸습니다. 그 뒤로 이 사람들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제자들이 되었습니다. 그물로 고기 잡는 직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한평생 먹고 사는 것도 훌륭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낚는 특별한 임무가 부여되었고, 고기 잡는 그물을 버림으로써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 예수님을 따라

요즘도 많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때 서점에 가면 ‘부자가 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도 몇 권은 읽어봤습니다만,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실천과제가 뭔지 아십니까? 부자학을 강의하는 사람들의 말이나 책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들과 친해지라’는 것입니다. 그들과 자주 만나면서 그들이 사는 방식을 관찰하고 그것을 따라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렇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금맥이 있는 곳에 가야 금을 캘 수 있듯이 돈줄기가 있는 곳에 가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서민들 사이에서 시쳇말로 ‘한 건’ 해봐야 불과 몇 만 원, 배 터지게 많아도 몇 십만 원밖에 못 벌지만, 돈 씀씀이가 큰 부자들과 어울리면서 ‘한 건’을 올리면 수천, 수억, 그 이상의 수입도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몬과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 이 네 사람은 생업의 도구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의 이유이기도 했고 그들 몸의 전부이기도 했던 그물을 버렸습니다. 그렇게 귀한 것을 버렸으면 삶 전체가 무너져야 마땅한데, 오히려 그들의 인생은 그 일을 기점으로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물을 버리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면 그들의 인생이 거기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앉아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라 나셨습니다. 이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 나선 것은 ‘하나님나라’ 운동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부자를 가까이 하고, 지혜를 얻고 싶은 사람은 책을 가까이 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하듯이, 이들은 하나님나라 운동을 위해서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이란 여러분이 잘 아시듯이, 나만, 내 가족만, 내 나라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 아닙니까? 그 일을 위해서 이 사람들은 생업의 도구인 그물까지 버렸습니다.

■ 사람을 낚는 어부로!

어떤 사람이 아름다운 시냇가에서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다가 10kg이나 나가는 멋진 연어를 낚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연어를 힘겹게 들어 올리다가 그만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잠시 후 의식을 찾은 그는, 자기가 더욱 더 아름다운 시냇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시내에는 탐스러운 커다란 연어들이 북적대고 있었습니다. 옆에는 최신형 낚싯대와 릴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얼른 그것을 집어 들고 낚싯줄을 던졌습니다. 오, 예! 그는 곧바로 15kg나 나가는 엄청난 연어를 잡아 올렸습니다. 기분이 엄청 좋아졌습니다. 던지고, 또 던지고…, 이렇게 해서 그가 앉은 자리의 뒤쪽 둑에는 고기들이 길게 열들 지어 누워 있습니다. 그러나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그는 낚시에 흥미를 잃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한 남자가 둑을 따라 그를 향해 걸어 왔습니다. 낚시꾼은 그 남자에게 불평을 늘어놓듯 말했습니다. “아니, 무슨 천국이 이렇게 따분해요?” 그 남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정말 여기가 천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토머스 캐스카트+1인(윤인숙 역),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함께읽는책, 2010), 158-159쪽.

낚시꾼도 적당히 고기를 잡아야 좋은 것이지, 지천으로 널려 있는 고기를 쉴 새도 없이 잡아 올려야 한다면 그것은 재미없는 일입니다. 밥도 배고플 때 적당히 먹을 대 좋은 것이지, 쉴 새 없이 먹기만 한다면 고역입니다. 홈쇼핑 같은 데서 먹을거리를 팔 때 보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델들이 있잖아요. 저 사람들은 저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그럴 것 같습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 아시지요. 그 일도 며칠만 하면 큰 고역입니다. 제가 떼돈을 벌어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돈 버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도 필요할 때 적당히 있어야 좋지, 돈 무더기에 파묻혀 사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무리 오래 해도, 아무리 많이 해도 물리지 않는 재미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게 바로 ‘하나님 나라 운동’입니다. 시몬과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은 그 길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고기 잡는 어부를 그만 두고 사람을 얻는 어부가 된 것입니다.

■ 맺는 이야기

토끼를 잡아서 꼼짝 못하게 하려면 귀를 잡으면 됩니다. 고양이는 덜미를 잡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디를 잡으면 그를 통째로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면 그 사람 전체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의 관건은 사람의 마음을 잡는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 운동을 위해서 제자들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표현이 좀 거칠기는 합니다만 고기를 잡기 위해서 밑밥과 미끼가 필요하듯이,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먼저 주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고기를 잡기 위해서 고기에게 고기를 주어야 하듯이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내 마음을 먼저 주어야 합니다. 그 도구가 ‘말’이지요. 낚시할 때의 미끼는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에게 주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얻기 위한 ‘말’도 나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말보다는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말, 나를 기쁘게 하는 말보다는 상대를 기쁘게 하는 말, 나를 편안하게 하는 말보다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사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 곧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말을 할 때도,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말이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말은 아닌지, 말을 내뱉기 전에 꼭 체크해야 합니다. 오늘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부디 저와 여러분이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 적합한 제자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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