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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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03-11 16: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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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전도서 9:13-18 
설교일 2012-03-11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사순절 

■ 성서 본문

나는 세상에서 지혜로운 사람이 겪는 일을 보고서,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주민이 많지 아니한 작은 성읍이 있었는데, 한 번은 힘센 왕이 그 성읍을 공격하였다. 그는 성읍을 에워싸고, 성벽을 무너뜨릴 준비를 하였다. 그 때에 그 성 안에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이므로, 그의 지혜로 그 성을 구하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가난한 사람을 오래 기억하지 않았다.

나는 늘
“지혜가 무기보다 낫다”고 말해 왔지만,
가난한 사람의 지혜가 멸시받는 것을 보았다.
아무도 가난한 사람의 말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어리석은 통치자의 고함치는 명령보다는,
차라리 지혜로운 사람의 조용한 말을 듣는 것이 더 낫다.
지혜가 전쟁무기보다 더 낫지만,
죄인 하나가 많은 선한 것을 망칠 수 있다.

<전도서 9:13-18>


■ 들어가는 이야기

세상이 참 분주한 것 같습니다. 4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정치권도 바쁘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사건소식도 많습니다. 여러분도 지난 한 주 동안 바쁘게 사셨을 줄 압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지키셔서, 몸도 건강하게, 마음도 건강하게, 영혼도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지혜롭지만 가난한 사람

어제 트위터의 타임라인에서 아주 짧지만 마음이 짠한 글을 하나 봤습니다. 그 내용은 단 한 줄이었습니다. “나 투명인간 됐어!” 트위터란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온라인 광장과 같은 곳인데, 이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한 이유는, 자기가 트위터에서 뭔가를 말했는데, 아무도 아는척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투명인간’이란 게, 사람은 사람인데,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 아닙니까? 사람들이 자기를 ‘없는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이야기지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아니하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공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공자님처럼 내공이 높이 쌓인 분은 몰라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구약성서 전도서에 보면, 현자가 충격을 받은 일이 하나 있었다고 나옵니다. 옛날에 주민이 많지 않은 작은 성읍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힘센 왕이 그 성읍을 공격하였습니다. 왕은 성읍을 에워싸고, 성벽을 무너뜨릴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 때에 그 성 안에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 성은 그의 지혜로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의 지혜를 칭찬하고 감사했지만,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가난한 사람을 오래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 성을 구했다면 역사책에도 쓰고, 기념비도 세우고, 신문이나 방송에도 내고, 해서 왁자지껄 시끄러웠겠지만, 지혜로움에도 불구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한 일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방 사라져 버립니다. 성경에 직접 적혀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현자의 결론은, ‘이 또한 헛된 일이다’ 하는 것이겠지요.

■ 누가 판을 짜는가?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의 반대편에 서 있는 가장 흉악한 마귀는 ‘돈의 세력’ 곧 ‘맘몬’입니다(돈 자체가 마귀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누가복음서 16:13)라고 하신 것입니다. 돈 있는 사람은 시답잖은 소리를 해도 매스컴에서 떠들어주고 주변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해주지만, 돈 없는 사람은 아무리 옳은 소리, 바른 소리를 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알아준다고 하더라도 그냥 형식적으로 ‘응, 그래?’ 하고 지나가버리는 게 예사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 사회는 돈 있는 사람이 판을 짜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지도층이 판을 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부유층이 이 나라를 좌지우지합니다. 정말 지도할 만한 사람들은 힘이 없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은 지도자가 될 만한 자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군인이건, 정치가건, 관리건, 법률가건, 상인이건, 예술가건 제 몫을 하고 제 소리를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기름 없는 차’이고, ‘실탄 없는 군인’입니다. ― 서정인, ≪모구실≫((주)현대문학, 2005), 258쪽 침조. 그러니까 돈이 주인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있는 사람이 유리한 쪽으로 모든 제도가 만들어지고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정의가 주인인 사회에서는 정직한 사람이 세상의 판을 짭니다. 그들이 짜는 세상의 판은, 정직한 사람이 유리한 쪽으로 움직입니다.

■ 강정의 절규

요즘 제주도 강정마을이 아비규환입니다. 정부에서 거기에다가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적극 반대하고 있지요. 정부에서 하는 이야기는 이겁니다. ‘이건 국책사업이고, 마을회의에서도 결정된 일인데, 왜 그렇게 반대하느냐? 그건 불법이다. 그러니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강제로 끌어내겠다.’ 그래서 경찰은 요 며칠 새 45명이나 연행을 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은, 주민이고 목사고 장로고 신부고 수녀고 없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마구잡이로 두들겨 패고 잡아갑니다. 그러더니 1.2km나 되는 천혜의 자연인 구럼비 바위를 폭파시킨다고 연일 화약을 터뜨립니다.

이렇게 각계각층의 반대가 심하니까 정부에서는 ‘민군복합 미항’을 만들자고 나왔습니다. 일단 공사를 해서, 해군기지로도 쓰면서 대형 크루즈 선도 입항할 수 있는 관광 항으로 함께 쓰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9년도에 나온 해군의 내부 보고서를 보면, 강정에다가 항구를 만들어 가지고서는, 관광용 초대형 크루즈 선은 고사하고 우리 군이 보유한 대형 군함도 입출항이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되어 있습니다. 제주도 가보신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제주도 지역의 날씨가 변화무쌍하지 않습니까? 특히 강정해안에는 바람도 세고 파도도 높아서 1년에서 5~6개월 정도는 대형선박이 드나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해군기지라면 기동성이 생명인데, 그래 가지고 어떻게 위기상황 때 군함이 출동할 수 있습니까? 이거 다 핑계이지요. 그게 1조 원이나 들어가는 공사인데, 거기다가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거기서 생기는 떡고물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강행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연말 국회에서 강정 해군기지 관련 예산이 모두 삭감됐습니다. 국회에서는 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군에서는 작년 예산 남은 것을 가지고 일단 해안부터 밀어붙여 파괴해놓고 보자고 합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올해는 안 되더라도 언젠가는 국회에서 예산을 세워줄 수밖에 없다는 계산입니다. 꼼수지요.

■ 맺는 이야기

세상이 워낙 하수상하니까, 또한 우리가 주변 열강들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군사력을 갖추는 것은 필요합니다. 해군기지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서 해야지요. 이렇게 사람을 오뉴월 복날 개 다루듯이 후려치면서 강제로 추진할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4대강 사업 이야기할 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어떤 일에, 특히 대형 사업을 두고 찬반양론이 있을 때, 누구 말을 믿을 것인가, 거기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 공사를 통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의 주장과, 전혀 생기는 것이 없는 사람의 주장 가운데서 누구 말을 듣는 게 옳겠습니까? 그런데도 지금 제주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절규하는 모습은 언론에 나오지 않고 정부의 목소리만 크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사순절 기간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고난 받으신 일을 기억하고 우리도 그 고난에 동참하기 위하여 기도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주님은 어떤 분이셨는가, 이사야서 42:2-3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분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며” 진리로 공의를 베푸시는 분입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상한 갈대의 소리까지, 꺼져가는 등불의 소리까지 들으시는 분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주님께서는 돈 없는 사람,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흔아홉 마리 양을 두고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심정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시는 분입니다. 저와 여러분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이 투명인간 취급당하지 않기를, 또한 우리들의 목소리가 세상 사람들과 하나님께 절절하게 와서 닿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1. 20120314 Nl.
1042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
1041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
1040 하나님께 영광 사람에게 평화
1039 하나님께 복종하는 행복
1038 하나님 어머니
1037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1036 하나님 닮았네
1035 하나 됨을 위하여
1034 하나 됨,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
1033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1032 필요에 따라 나누자
1031 필요에 따라
1030 피리를 불어도, 애곡을 하여도
1029 피 이야기
1028 품격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한 가
1027 폭풍전야, 그리고 평화의 아침
1026 폭력 쓰는 사람들의 특징
1025 포악한 자들아, 노래를 그쳐라!
1024 폐 끼치는 사람, 덕 끼치는 사람
1023 평화의 주,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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