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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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6:30-32 
설교일 2008-05-18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사도들이 예수께로 몰려와서,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일을 다 그에게 보고하였다. 그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와서, 좀 쉬어라.” 거기에는 오고가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를 타고, 따로 외딴 곳으로 떠나갔다.

〈마가복음서 6:30-32〉


■ 들어가는 말씀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모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정말 부지런한 분들입니다. 몇 시간 전까지 일에 매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떨쳐버리고 나오신 분도 계시고, 일주일 내내 업무에 찌들려 지냈지만 모처럼 쉬는 날 늦잠도 못 자고 나오신 분도 계시고, 한 주간 동안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고 애썼는데, 다른 친구들처럼 느긋하게 게으름을 부리지도 못하고 나온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아이들 깨워서 밥 먹이고, 옷 입혀서 데리고 나오느라고 아침 일찍부터 정신없이 씨름을 하다가 나오신 분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게으른 것을 참 싫어하시는데, 여러분은 이렇게 부지런하게 주님 앞에 나오셨으니까, 이와 같은 정성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님께서는 일일이 다 기억하실 것입니다. 언젠가는 천 배, 만 배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잠언 15장 19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게으른 사람의 길은 가시덤불로 덮여 있는 것 같지만, 부지런한 사람의 길은 확 트인 큰길과 같다.” 이렇게 부지런한 여러분의 앞길은 ‘확 트인 큰길’과 같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한번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와서, 좀 쉬어라”(마가복음서 6:31). 이 문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쉬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쉴 것인가, 이 짧은 문장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세 가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첫째는 ‘따로’ 쉬라는 것이고, ▶둘째는 ‘외딴 곳’ 곧 한적한 곳에 가서 쉬라는 것이고, ▶셋째는 ‘조금’ 쉬라는 것입니다.

■ 예수님의 첫 번째 말씀은 ‘따로’ 쉬라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지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못 사는 동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정’을 만들어주셨고, ‘나라’를 만들어주셨고, 신앙을 위해서 ‘교회’도 세워주셨습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병이 ‘외로움의 병’이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주변에도 엄청나게 많은 ‘모임’들이 있지요. 요즘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또는 미니홈페이지가 유행인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이런 것들을 만드는가, 모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입니다. 혼자서는 외로워서 못 살거든요.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수님과 함께 모임에 속해 있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만 ‘하나님 나라 운동 본부’쯤 되겠지요. 그들은 밤이고 낮이고 무지하게 바빴습니다. 끝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등쌀에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그들이 바닷가로 가면 바닷가로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배를 타고 건너가면 사람들도 배를 타고 따라옵니다. 산으로 가면 산으로, 들로 가면 들로, 그들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따라 붙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따로 쉬어라!’ 하고 말씀하신 것이지요.

사람이 어울려서 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도 꼭 있어야 합니다. ‘홀로’와 ‘더불어’가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시인 곽노순은 이런 시를 썼습니다. 제목은 〈가끔 혼자 있어야 한다〉입니다. “가끔 혼자 있어야 한다. /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시간을 보내라. /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어라. / 생각이 힘 있게 고이고 / 뜨거운 느낌이 부상하고 / 드문 말이 고요히 입술을 출발한다.” ― 곽노순, 《신의 정원》(도서출판 네쌍스, 1995), 73쪽.

왜 우리는 때때로 혼자 있어야 하는가, 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한가, 왜 가끔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어야 하는가, 그 이유를 곽노순은 세 가지로 말합니다. ▶첫째는 생각이 힘 있게 고이기 때문이라는 것, ▶둘째는 뜨거운 느낌이 부상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셋째는 무거운 말이 고요히 입술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요약하면, ▶이성과 ▶감정과 ▶말에 힘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거꾸로 말하면, 혼자 있는 시간이 없는 사람은 ▶생각이 깊지 않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느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말이 가볍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고 늘 혼자 있기만을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나는 싸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그렇다면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 예수님의 두 번째 말씀은 ‘외딴 곳으로 가서’ 쉬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말씀, ‘따로’ 혹은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장소가 중요합니다. 내공이 높은 사람이라면 방 안에 홀로 앉아서 벽만 바라보고도 도를 닦을 수 있겠습니다만, 우리는 대부분 그렇지가 못하지요. 그래서 혼자 있는 ‘장소’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외딴 곳으로 와서’ 쉬라고 했지요. 어떤 정신과 의사가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혼자서 또는 파트너와 함께 하루 종일 자연 속에 묻혀 있을 계획을 세우라. 점심을 준비하여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함께 싸 들고. 문명과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하이킹을 하러 가라. 조용하고 아름답고 외진 곳을. '명당자리'를 찾아보라. 땅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당신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자연의 치유력을 받아들이라.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의 존재를 피부로 느껴 보라. 번잡한 생각과 숱한 고민과 온갖 계획들을 떨쳐버리고 피곤한 마음에 휴식을 주라. 이 시간은 조용한 마음으로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는 시간이다.” ― 조이스 & 베리 비셀(전경자 역),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열린, 2003), 300쪽.

우리가 자연에 묻혀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연의 치유력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존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어느 샌가 번잡한 생각과 숱한 고민이 스르르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자연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참 좋은 것은, 이렇게 ‘혼자’ ‘외딴 곳’에 있으면 자연의 소리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예수님의 세 번째 말씀은 ‘조금’ 쉬라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평양에 갔더니, 거기도 출퇴근 시간에는 거리가 상당히 복잡합디다. 아침 출근시간에 보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전차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일을 하루에 얼마나 할까, 궁금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대부분 아침 여덟 시에 출근을 해서 열두 시까지 일하고, 점심시간을 두 시간 가진답니다. 그리고 다시 오후 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 일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하고 일하는 시간이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저도 점심시간을 열두 시부터 두 시간 동안 사용하는데, 그 시간에 금오산에 가서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고 하지요.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저는 저녁에도 최소한 밤 열두 시까지는 일을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좀 특수한 경우이여서, 낮에 여덟 시간 동안은 먹고 사는 데 시간을 써야 하고, 저녁에는 성경공부 교재도 만들고, 설교 준비도 해야 하니까 그렇습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일하고 나서 밤에 잠을 자면 얼마나 잠이 단지 모릅니다.

‘휴식’이란, ‘일한 후에’ 가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푹’ 쉬어라 하지지 않고 ‘좀’ 쉬라고 하셨습니다. 새번역 성경과 공동번역 성경에는 ‘좀’ 쉬라고 되어 있고, 개역 성경에는 ‘잠깐’ 쉬라고 되어 있습니다. ‘좀’이든, ‘잠깐’이든, 다 같은 말이지요. 하염없이 쉬는 것은 안 됩니다. 십계명에도, 엿새 동안은 열심히 일하고 안식일에 쉬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 맺는 말씀

저는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근거로 해서 세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첫째는, 따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자는 것이었고, ▶둘째는, 가능하면 ‘외딴 곳’ 곧 자연으로 가서 쉬자는 것이었고, ▶셋째는, 열심히 일하고 나서 쉬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쪼록 저와 여러분은 ‘홀로’ 있는 시간과 ‘더불어’ 일하는 시간을 조화시키고, ‘일’과 ‘휴식’을 조화시켜서, 영혼이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하고, 몸이 건강한 주님의 자녀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41 가을 밤 외로운 밤
240 가을 밤
239 가시밭의 백합화
238 가시 돋친 채찍을 발길로 차지 마라!
237 가슴을 헤쳐 젖을 물렸다
236 가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35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지 말아라!”
234 “하나님의 양떼를 먹이십시오!”
233 “하나님을 만들어 주십시오!”
232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31 “평화가 있어라!”
230 “청춘을 돌려다오!”
229 “천둥과 같은 소리를 들으십시오!”
228 “주님보다 앞서 가서”
227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226 “주님께서 내 마음에 안겨주신 기쁨”
225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224 “일출봉에 해 뜨거든”
223 “이러지 마라, 나는 네 동료다!”
222 “의심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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