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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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베드로전서 1:22-25 
설교일 2008-12-21 
설교장소 구미안디옥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대림절 


■ 성서 본문

여러분은 진리에 순종함으로 영혼을 정결하게 하여서 꾸밈없이 서로 사랑하기에 이르렀으니, [순결한] 마음으로 서로 뜨겁게 사랑하십시오. 여러분은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것은 썩을 씨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썩지 않을 씨 곧 살아 계시고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있다.” 이것이 여러분에게 복음으로 전해진 말씀입니다.

<베드로전서 1:22-25>


■ 들어가는 말씀

오늘은 대림절 넷째 주일, 곧 대림절 마지막 주일입니다. 그리고 다음 주일은 올해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마지막’ 하면, 혹시 우리가 뭔가 빠뜨린 일은 없는가, 살펴보게 되는 시점이지요. 우리가 ‘유종의 미’를 강조하듯이, 끝이 좋아야 그 이전의 모든 일들도 좋아 보입니다. 주님 오시기 전의 마지막 주일,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 때를 맞이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은 그것을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람이 죽을 때 유언을 남기지요. 아마도 그 사람이 한 평생 했던 말 가운데서 그 말이 가장 중요한 말일 겁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일을 할 것입니다. 이처럼 ‘마지막’에는 언제나 가장 소중한 것을 찾게 됩니다. 역사의 마지막을 앞두고, 사도 베드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 뜨겁게 사랑”하라고 했습니다(베드로전서 4:8).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베드로전서 1장 22절에 보면 이 말씀이 조금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마음으로 서로 뜨겁게 사랑하십시오!”

■ ‘서로’ 사랑하십시오!

성경에는 ‘사랑하라’는 말이 수도 없이 나오는데, 대부분 그 말 앞에 ‘서로’를 붙여서, ‘서로 사랑하라!’고 합니다. 예수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복음서 13:34-35). “내 계명은 이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5:12). “내가 너희에게 명하는 것은 이것이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15:17).

짝사랑도 사랑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은 참 ‘아픈’ 사랑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뜨겁게 사랑하시는데, 우리는 냉랭하다면, 그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극진히 사랑하는데, 자식은 부모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난감한 일입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또는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오매불망 사랑하는데, 상대편에서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시큰둥할 때, 그것은 비극입니다.

이런 ‘짝사랑’의 비극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런데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맞아! 사랑은 서로 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해! 네가 먼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보이면 그때 가서 나도 고려해볼게.’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로마서 12:10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형제의 사랑으로 서로 다정하게 대하며,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십시오.” 눈치를 보거나 미루지 말고 ‘서로 먼저’ 하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했던 유명한 연설 기억하시지요? “여러분의 나라가 여러분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여러분의 나라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으십시오!”(“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이 연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곳곳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내가 그 사람을 위하여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물으십시오.’ ‘교회가 여러분을 위하여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교회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으십시오.’ ‘부모가 나를 위하여 무엇을 해주었는지 묻지 말고, 내가 부모를 위하여 무엇을 해드렸는지 물으십시오.’

하나님의 짝사랑, 부모의 짝사랑, 남자의 짝사랑, 여자의 짝사랑, 이런 모든 짝사랑의 슬픔을 피하고,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야 합니다.

■ ‘뜨겁게’ 사랑하십시오!

베드로전서 1장 22절을 다시 읽습니다. “여러분은 진리에 순종함으로 영혼을 정결하게 하여서 꾸밈없이 서로 사랑하기에 이르렀으니, [순결한] 마음으로 서로 뜨겁게 사랑하십시오.” ‘서로 뜨겁게’ 사랑하라고 했지요. 사랑은 뜨거워야 합니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주님께서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하여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네 행위를 안다.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겠다.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요한계시록 3:15-16).

차가울 것은 차가워야 하고 뜨거울 것은 뜨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옛날에 제 선생님 한 분이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항상 기억해라. 머리는 차가워야 하고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 머리로 생각하는 ‘이성’(理性)은 냉철하게 가져야 하지만, 가슴으로 품는 열정은 뜨거워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게 만일 거꾸로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머리가 뜨거워지면 큰일이 납니다. 가슴이 차가워지면 그것은 죽은 상태입니다.

회를 먹을 때 일반적으로 소주를 마시지요. 그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생선은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주(燒酒)는 뜨거운 음식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잘 어울리는 겁니다. 음양의 조화라고 할 수 있지요. 조화가 잘 되어야 소화가 잘 되고, 소화가 잘 되어야 장기(臟器)들이 부담을 적게 받습니다. 돼지고기는 찬 음식입니다. 그러니까 뜨거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새우젓과 함께 먹는 것이지요. 닭튀김은 뜨겁고 맥주는 차가우니까 맥주 안주로 켄터키치킨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윤대녕,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주)생각의나무, 2005), 144-145쪽 참고.

이처럼 뜨거운 것은 뜨겁고, 차가운 것은 차가워야 하는데,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은 서로 만나서 조화를 이루어야지, 섞이면 안 됩니다. 차가운 생선회하고 뜨거운 소주가 어울린다고 해서 생선회를 소주에 타서 먹는 사람은 없습니다. 닭튀김을 맥주에 적셔서 먹는 사람도 없습니다. 차가운 것은 차가운 대로, 뜨거운 것은 뜨거운 대로, 각기 자기 성질을 간직한 채로 ‘만나야’ 하는 겁니다.

시인 안도현의 말을 기억하실 겁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우리가 이성은 차게 가져야 하지만, 사랑의 마음은 뜨겁게 가져야 합니다.

■ ‘마음으로’ 사랑하십시오!

서로 뜨겁게 사랑하라는 말씀 앞에 ‘마음으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공동번역에는 ‘충심으로’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으로 사랑하라’는 말을 잘못 읽으면 오해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이 흔히 말하지요. ‘나는 아내를 사랑해. 다만 시간이 없고 바빠서 표현을 잘 못할 뿐이야. 마음으로는 끔찍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이것은 ‘마음만’ 있는 것이지,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은 ‘관심’입니다. 그런데 관심에는 반드시 ‘시간’이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할 때, 그 사람을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문제는 사랑의 깊이를 재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마음이 가는 곳에는 몸도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몸이 따라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시간’입니다.

‘마음으로’ 사랑하라는 것은 ‘마음만’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진정으로, 충심으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여자를 생각하는 시간, 그 여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부모가 늘 자식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은, 부모가 그만큼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사랑한다면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기도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지난주에 교역자회가 있어서 다른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이 이런 말을 합디다. 자기는 예배시간에 늦게 나오는 사람이 참 예쁘답니다. 시간이 늦었으면 웬만하면 ‘재낄’ 텐데, 늦었지만 그래도 하나님을 만나러 나오니 얼마나 예쁘냐는 것이지요. 그리고 설교 시간에 조는 사람들도 그렇게 예쁘답니다. 피곤하면 집에서 늦잠을 자고 싶을 텐데, 그래도 그 피곤한 몸을 끌고 교회까지 왔으니 얼마나 예쁜가, 이겁니다. 헌금을 못하는 사람도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답니다. 돈 없으면 남 눈치 보여서라도 교회 오기 싫을 텐데, 기쁘게 교회에 와서 하나님을 만나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사야서 55장 1절에서 그랬지요.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어서 물로 나오너라. 돈이 없는 사람도 오너라. 너희는 와서 사서 먹되, 돈도 내지 말고 값도 지불하지 말고 포도주와 젖을 사거라.” 하나님께서 오라고 하시니까, 그냥 오는 것, 그것이 하나님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것이 ‘마음만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하게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 맺는 말씀

저는 오늘 세 가지를 말씀 드렸습니다. 첫째는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었는데, 서로 사랑하되, 내가 먼저 사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뜨겁게 사랑하자는 것이었는데, 이성은 차가워야 하지만 사랑은 뜨거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셋째는 마음으로 사랑하자는 것이었는데,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은 ‘마음으로만’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몸이 따라가고 시간이 따라가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주님 오시기 직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올해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마지막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마지막 때를 맞이하여, 서로, 뜨겁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42 가을 보약
241 가을 밤 외로운 밤
240 가을 밤
239 가시밭의 백합화
238 가시 돋친 채찍을 발길로 차지 마라!
237 가슴을 헤쳐 젖을 물렸다
236 가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35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지 말아라!”
234 “하나님의 양떼를 먹이십시오!”
233 “하나님을 만들어 주십시오!”
232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31 “평화가 있어라!”
230 “청춘을 돌려다오!”
229 “천둥과 같은 소리를 들으십시오!”
228 “주님보다 앞서 가서”
227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226 “주님께서 내 마음에 안겨주신 기쁨”
225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224 “일출봉에 해 뜨거든”
223 “이러지 마라, 나는 네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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