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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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신명기 27:11-26 
설교일 2012-01-08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그 때에 모세가 백성에게 명령하였다.

“당신들이 요단 강을 건넌 뒤에, 백성에게 축복을 선포하려고 그리심 산에 설 지파들은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와 잇사갈과 요셉과 베냐민 지파입니다. 그리고 저주를 선포하려고 에발 산에 설 지파들은 르우벤과 갓과 아셀과 스불론과 단과 납달리 지파입니다. 14그리고 레위 사람들은 큰소리로 온 이스라엘 모든 백성에게 다음과 같이 외치십시오.

‘대장장이를 시켜서, 주님께서 역겨워하시는 우상을 새기거나 부어 만들어서, 그것을 은밀한 곳에 숨겨 놓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고 응답하십시오.

‘아버지와 어머니를 업신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이웃의 땅 경계석을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눈이 먼 사람에게 길을 잘못 인도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외국 사람과 고아와 과부의 재판을 공정하게 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아버지의 아내와 동침하는 것은 그 아버지의 침상을 모독하는 것이니, 그런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짐승과 교접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자매, 곧 아버지의 딸이나 어머니의 딸과 동침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장모와 동침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이웃을 암살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뇌물을 받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이 율법 가운데 하나라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신명기 27:11-26>


■ 들어가는 이야기

새해가 시작된 뒤 한 주가 지났습니다. 날이 추워서 고생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겨울다운 날씨가 계속되는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눈도 적당히 오고, 적당히 춥고, 며칠 만에 한 번씩 풀리기도 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겨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이 주일에 이렇게 우리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도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에게, 새로운 기운을 주시는 성령님이 충만하게 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음 주일에 우리도 공동의회를 하겠습니다만, 오늘은 공동체의 의사결정 문제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 “주님의 뜻에 따라…”

해가 넘어갔으니까 벌써 지난 해 이야기입니다만, 제주도의 어느 교회에서 교회 건물에다가 펼침막을 하나 내걸었습니다. 내용은 “종달교회 신앙공동체는 주님의 뜻에 따라 한미 FTA를 반대합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사진을 찍어서 누가 트위터에 올렸고, 전 ‘이거 참 신선하다’ 생각하고 리트위트를 했습니다. 제 트위터 친구(follower)들에게 ‘추천’을 한 것이지요. 그랬더니 트위터 이용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부분 신선하다, 개념교회다, 이런 교회도 있구나, 가깝다면 저 교회에 나가고 싶다, 역시 기장교회구나… 등등 칭찬 글이 많았지만 그 가운데는 이의를 제기하는 것들도 가끔 있었습니다.

뭘 가지고 문제를 삼았는가 하면, 성경에 FTA 반대하라고 적혀 있느냐, 주님의 뜻을 마음대로 해석하지 마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가, 성경에 사례들이 나와 있기는 합니다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약자(弱者)의 편에 서는 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요지는 한미FTA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이분법으로 나누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주 종달교회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들에서도 꽤 여러 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었는데, 알아보니까 거의 대부분 교회들에서 그것을 걸기 위해서 ‘공동의회’ 결의를 거쳤다고 했습니다. 공동의회라는 게, 교회의 최고의결기구 아닙니까? 공동의회에서 결의했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교인의 총의를 모았다는 뜻입니다. FTA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교인들의 뜻을 모아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

옛날 유대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것이 ‘율법’인데, 우리는 흔히 율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성경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기록이 신명기 27장에 나오는데, 거기 보면 모세가 이런 명령을 합니다. ‘당신들이 요단강을 건넌 뒤에, 그리심 산에서는 백성에게 축복을 선포하고, 에발 산에서는 저주를 선포하라’고 한 뒤에, 레위 사람들에게는 율법 조항들을 하나하나 낭독해주고 백성들에게 동의를 구하라고 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업신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16). “‘이웃의 땅 경계석을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17). “‘눈이 먼 사람에게 길을 잘못 인도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18).” “‘외국 사람과 고아와 과부의 재판을 공정하게 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19). “‘뇌물을 받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25). “‘이 율법 가운데 하나라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모든 백성은 ‘아멘’ 하십시오”(26).

■ 직접민주주의

율법을 한 조항 한 조항 백성들에게 읽어주고 그 내용을 들은 백성들로 하여금 “아멘!” 하도록 하라는 지시입니다. ‘아멘’이라는 말의 뜻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동의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직접 백성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모든 유권자에게 스마트폰으로 동의 버튼을 누르도록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율법의 내용을 들고 와서 백성의 대표인 장로들에게만 동의를 구했다면 이것은 간접민주주의 또는 대의민주주의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백성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직접 동의를 구하라고 했습니다. 직접민주주의를 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26일부터 어제 저녁 9시까지 어느 당에서 선거인단을 모집했습니다.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하여, 또는 직접 방문하여 접수할 수 있도록 했지요. 그 당에서 원래 잡았던 목표는 50만 명이었습니다. 일반 국민 50만 명쯤 참여하면 ‘대박’이라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치도 사실은 ‘희망사항’이었지요. 그런데 어제까지 접수를 마감한 결과를 보니까 632,762명이나 신청하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당 대표를 뽑고 최고위원을 뽑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 제도를 썩 좋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당원들이 주인이고 비당원들은 구경꾼들이지 않습니까? 당원들이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것이 정상이지요. 우리 교회 장로를 뽑는데, 우리 교회 공동의회 정회원만이 아니라 동네사람들에게까지 개방한 격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우리끼리 뽑다가는 싸움이 날지도 모르고, 국민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도 그리 곱지 않으니 이번에는 당의 운명을 국민들에게 맡겨보자’ 해서 나온 한시적인 제도입니다.

■ 맺는 이야기

저는 이번 국민 참여 경선을 보면서 큰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도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정보기술과 모바일 기기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국가의 중요 정책결정을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결정하게 해도 되겠다는 것입니다. 한미FTA 같은 중요한 조약을 체결할 때나, 미디어 법 같은 중요한 법을 제정할 때, 또는 4대강 사업과 같은 큰 국책사업을 시작할 때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어보는 겁니다. 국회의원을 우리 손으로 뽑지만, 이상하게 국회에만 들어가면 국민들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더 챙기게 됩니다. 우리가 시청료를 내고 광고비를 부담하는 신문이나 방송도 권력자를 잘못 만나면 왜곡보도를 일삼는 등 제 구실을 못합니다. 사람이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그 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가정이든 교회든 나라든, 구성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돼야 그 조직들이 각각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다음 주일 열릴 우리 교회 공동의회에서도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모두 소중하게 받아들여지고, 여러분들의 가정에서도 온 가족의 의견이 존중되고, 나라 일에 있어서도 모든 국민의 뜻이 ‘천심’(天心) 곧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242 가을 보약
241 가을 밤 외로운 밤
240 가을 밤
239 가시밭의 백합화
238 가시 돋친 채찍을 발길로 차지 마라!
237 가슴을 헤쳐 젖을 물렸다
236 가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35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지 말아라!”
234 “하나님의 양떼를 먹이십시오!”
233 “하나님을 만들어 주십시오!”
232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31 “평화가 있어라!”
230 “청춘을 돌려다오!”
229 “천둥과 같은 소리를 들으십시오!”
228 “주님보다 앞서 가서”
227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226 “주님께서 내 마음에 안겨주신 기쁨”
225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224 “일출봉에 해 뜨거든”
223 “이러지 마라, 나는 네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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