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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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누가복음서 12:54-56 
설교일 2012-02-05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예수께서 무리에게도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소나기가 오겠다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그런데 그대로 된다. 또 남풍이 불면, 날이 덥겠다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그대로 된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기상은 분간할 줄 알면서, 왜, 이 때는 분간하지 못하느냐?”

<누가복음서 12:54-56>


■ 들어가는 이야기

어제가 입춘이었지요. 날은 아직 춥지만, 봄의 기운은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봄의 기운과 함께 성령님의 충만한 새 기운이, 이 자리에 있는 저와 여러분에게,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이 말씀을 들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햇볕처럼 내려 쬐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이 땅은 ‘때’를 잘 맞추어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풉니다.

■ 입춘대길(立春大吉)

내일이 정월 대보름인데, 농사짓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물은 심을 때는 음력 그믐에서 보름 사이가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수는 보름에서 그믐 사이가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추수를 해야 작물이 튼실하게 오래 저장이 된다는 것이지요. 달이 커지는 시기에는 만물의 생명력이 왕성하다고 합니다. 각종 사건이나 사고도 이때가 되면 평소보다 더 많이 일어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반대로 달이 기우는 때에는 생명활동이 수축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상현달이 뜰 때 추수를 하면 움이 자꾸 트고 잘 썩고 수분이 많아서 겨울에 잘 얼어서 그 작물을 저장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추수는 하현달이 나오는 시기에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전희식, ≪아궁이 불에 감자를 구워 먹다≫(도서출판 역사넷, 2003), 100쪽.

‘느낌이 그렇지 실제로 그렇겠어? 요즘 세상에 아직 달 보고 농사짓는 사람이 있어?’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달의 영향력은 옛날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 것은 달의 영향 아닙니까? 고기 잡는 어부에게는 ‘물 때’를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만 봐도 달의 기운이 우리 현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때’를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쌀농사의 북방 한계선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남쪽에 있는 나라들은 비가 늦거나 홍수가 나서 모심기 시기가 좀 늦어져도 기후 변화가 별로 없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조금만 늦으면 농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때를 맞추느라고 온갖 수고를 다해야 합니다. ― 권중대, ≪사람 그리운 날에≫(수필과비평사, 2001), 200쪽.

■ 때를 분간하라!

구약의 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통곡할 때가 있고, 기뻐 춤출 때가 있다. 돌을 흩어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다.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삼갈 때가 있다. 찾아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말하지 않을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다.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전도서 3:1-8). 울어야 할 때 웃는 사람, 꿰맬 때에 찢는 사람, 뽑아야 할 때에 심는 사람, 말하지 않아야 할 때에 말을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속어로 ‘또라이’라고 합니다. 남의 웃음거리가 되는 사람들이지요.

때를 알고 그에 맞게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예수님도 누가복음서 12장에서 때를 분간할 것을 강조하십니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소나기가 오겠다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그런데 그대로 된다. 또 남풍이 불면, 날이 덥겠다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그대로 된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기상은 분간할 줄 알면서, 왜, 이 때는 분간하지 못하느냐?”(누가복음서 12:54-56). 때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예수님은 ‘위선자’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들이 때를 몰라서가 아니라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것을 꼬집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판단은, 이제 세상이 뒤집어질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예수님께서 누차,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씀하셨지 않아요? 그런데도 권력자들은 애써 그것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 운전사의 때, 승객의 때

얼마 전에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던 한 승객이 경찰에 전화를 해서 운전기사를 신고했습니다. “고속버스인데요, 기사가 미쳤어요!” 이때가 지난 19일 오후 6시 50분경이었습니다. 사방이 껌껌할 시간이었지요. 이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해서 대구로 가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갑자기 귀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운전을 하면서 느닷없이 우는 겁니다. 한참 울다가는 울음을 멈추고 이번에는 신나게 웃습니다. ‘저 사람이 도대체 왜 그래?’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곡소리를 내는 거예요. 마침 버스가 괴산휴게소에 도착하자 승객들은 무서워서 다 내렸습니다. 이 버스에는 27명이 타고 있었는데, 한 명이 미처 못 내렸습니다. 버스는 괴산에서 연풍을 지나 문경 쪽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이 승객이 경찰에 전화를 했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질주했습니다. 차들이 그렇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80km 정도 추격전을 펼친 끝에 김천분기점 근처에서 결국 잡기는 잡았습니다. ― 2012.1.20. 매일경제.

이 사건을 보면서 저는 독일의 본회퍼 목사님을 생각했습니다. 당시 히틀러의 나치정권에 맞서서 저항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돼 있다가 1945년 4월 9일 아침에 사형을 당했습니다. 이분이 했던 유명한 말, 잘 아실 겁니다. “히틀러는 독일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친 운전사가 차를 몰며 사람을 치여 죽일 때, 나는 목사랍시고 죽은 사람들의 장례나 치러 주어야 하는가?” 목사가 정치에 관여한다고 당시에도 말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미친 운전사가 마구잡이로 차를 몰고 있다면 어떤 방법을 쓰든 운전사를 끌어내려야 합니다. 요즘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악법도 법이니까 지켜야지, 왜 데모를 하고 그러느냐?’ 아까 중부내륙도로를 질주하던 운전사를 봅시다. 경찰에서 조사해보니까 이 사람은 1989년에 발급된 1종 대형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적성검사도 받았습니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제 떼 제 시각에 운전도 하고 있었습니다. 운전사는 이런 나를 왜 끌어내리려 하느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승객의 처지에서 보면 그때는 그를 끌어내려야 할 때였습니다.

■ 맺는 이야기

지난 2007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없이 들어선 이명박 정권이 지금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멀쩡한 4대강을 파서 ‘아작’ 소리를 내더니,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한미FTA를 체결해서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총도 안 주고 어린아이를 전쟁터에 내몬 겁니다. 일가친척과 지인들이 온갖 돈을 갈취한 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알짜배기 공기업인 인천공항을 팔아먹으려고 하다가 안 되니까 최근에는 뜬금없이 KTX까지 팔아먹으려고 술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는 과정에서 자기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거나 잡아가두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멀쩡한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짓들입니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만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점심 좀 주자 하니까 ‘복지 파퓰리즘’이라고 열을 올리며 비난하던 여당이, 엊그제 보니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아이들이 일찍 집을 나서려면 아침밥을 먹기 어려우니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주면 어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것뿐이 아니에요.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교육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울다가 갑자기 웃더니 급기야 곡까지 하는 격이지요. 그들이 운전하는 버스를 계속 타고 가고 싶다면,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살고 싶다면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아까 그 버스 사건에서, 승객들과 경찰은 때에 맞춰 적절하게 행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인명피해가 없었습니다. 때를 분간하는 일은 우리 일상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매사에 때를 알고, 그 때에 맞춰서 생각을 하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함으로써 여러분은, 어디 가서 ‘또라이’ 취급을 받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인정받고, 사람들에게도 귀하게 여김을 받는 소중한 사람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1. 20120209 Naeil.

241 가을 밤 외로운 밤
240 가을 밤
239 가시밭의 백합화
238 가시 돋친 채찍을 발길로 차지 마라!
237 가슴을 헤쳐 젖을 물렸다
236 가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35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지 말아라!”
234 “하나님의 양떼를 먹이십시오!”
233 “하나님을 만들어 주십시오!”
232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31 “평화가 있어라!”
230 “청춘을 돌려다오!”
229 “천둥과 같은 소리를 들으십시오!”
228 “주님보다 앞서 가서”
227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226 “주님께서 내 마음에 안겨주신 기쁨”
225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224 “일출봉에 해 뜨거든”
223 “이러지 마라, 나는 네 동료다!”
222 “의심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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