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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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02-12 16: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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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마가복음서 10:13-16 
설교일 2012-02-12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리고 와서, 쓰다듬어 주시기를 바랐다. 그런데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것을 보시고 노하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을 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서 축복하여 주셨다.

<마가복음서 10:13-16>


■ 들어가는 이야기

지난 한 주간도 삶의 현장에서 몸 고생, 마음고생이 많으셨지요?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세상과 가족을 위해서 지극한 마음으로 헌신하신 여러분들 위에 주님의 따뜻한 위로와 사방으로부터 몰려오는 축복이 충만하게 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새 학년 새 학기가 멀지 않았습니다. 이때쯤 되면 학생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어깨가 무겁습니다. 돈 들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아이가 새 학교에 가서, 새 학년을 맞이해서 적응을 잘할까, 걱정도 큽니다. 어떤 학교는 교복 값만 80만 원 정도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느 외국어고등학고 이야기입니다. 거기다가 노스페이스 점퍼도 사고 나이키 운동화에다가 빈폴 가방까지 사주려면 교복 값 말고도 100만 원 정도가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남에게 빠지지 않을 정도의 ‘등교패션’을 따라가려면 부모의 등골이 휘게 생겼습니다. 아마도 세계에서 우리나라 부모들처럼 아이들에게 마음을 많이 쓰고 투자도 크게 하는 나라는 드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보면 학생이나 교사나 부모나 행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합니다만 최근에는 학교폭력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 가정은 오로지 돈 대주는 곳?

한 사회학 교수가 스물일곱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습니다. ‘고민이 생겼을 때 부모에게 제일 먼저 찾아가서 의논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보니, 그렇게 한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한국이 꼴찌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돈이 필요할 때 부모를 찾아가는가?’ 하는 학생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1위였습니다. 그런데, 돈 필요할 때는 그렇게 부모를 찾다가, 부모가 어렵고 못 살수록 자녀가 부모를 찾아가지 않는 나라 1위가 또한 우리나라였습니다. ― 2012.1.4. 경향신문. 가정이란 게, 하나님이 창조해주신 사랑의 공동체가 아니라, 부모는 돈 대주는 물주이고 아이들은 돈 필요할 때만 부모를 찾는 이상한 공동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요? 제가 보기에 그 원인은 ‘한 줄로 세우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서열이 매겨집니다. 고등학교 갈 때는 그 서열이 진학할 학교를 결정짓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할 때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뽑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처럼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고등학교도 서열이 생기고 대학도 서열이 생깁니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가가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풍토니까 모든 것에 서열을 매기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습니다. 회사들을 볼 때도 서열을 찾고, 아파트를 살 때도 서열을 따집니다. 학생들이 점퍼나 신발이나 가방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무슨 일에서든 상위권에 속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옷에서조차도 상위권에 들려고 애쓰는 것 아니겠습니까?

■ 서열의 감옥

이처럼,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은 서열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빨리 풀려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그러면 선진국들은 어떤가, 프랑스 같은 나라를 보면, 그 나라의 대학입학자격시험, 곧 우리로 말하자면 수능 같은 시험이지요. 그 시험에는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아십니까? 예를 들면 이런 문제들이 나옵니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꿈은 필요한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게 과외 받는다고, 학원 간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까? 이런 문제를 내고 학생들을 뽑으니까 대학도 서열이 없습니다. 프랑스 파리에는 1대학부터 13대학까지 있는데, 거기 가서 ‘어느 대학이 가장 좋은 대학이오?’ 하고 물으면 이상하게 쳐다볼 겁니다. 경쟁은 하지만 서열은 없습니다. 학비도 무료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라고 하지요? 여기 속한 회원국들 가운데서 우리나라가 25~34세 청년층의 대학교육 이수비율이 1위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는 학생들이 가장 많다는 것이지요. 정확한 수치는 기억하지 못하겠습니다만, 고등학교 졸업생 중 80% 이상이 대학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대학등록금은 두 번째로 비쌉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부모들의 지상목표는 자신들과 가족의 행복이 아니라 오로지 ‘자녀 대학 보내기’가 된 것이지요. 그 반면에 정부가 교육에 쓰는 돈은 저 아래서 맴돌고 있습니다. GDP대비 고등교육비용 부담률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 2012.1.30. 경향신문 사설. 국가가 이렇게 부담을 못 해주니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 말리지 마라!

예수님의 제자들이 아이들을 꾸짖었을 때, 예수님께서 오히려 진노하시면서 제자들을 나무랐던 이야기를 잘 아시지요?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가복음서 10:13-14). 이렇게 말씀하고는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서 축복하여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을 말리지 말고 그냥 두라는 것입니다. 물론 제자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제지한 것이었지만, 예수님의 생각은, 아이들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열에 묶인 아이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 사회의 제도를 바꾸면 됩니다. 어떻게 바꿉니까? 정치하는 사람들을 잘 뽑으면 되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기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정치’라고 말합니다. 오늘도 4대강 이야기를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만, 이게 그만큼 골빈 사업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4대강 공사비 수십조 원이면 약 10년 동안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또한 약 10년간 만 5세 이하 어린이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육비 전액을 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육지원 수당까지 지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 가능합니다. 이 돈이면 200만 명 대학생에게 4년 동안 등록금 반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것이지요.

■ 맺는 이야기

우리가 정신만 차리면 아이들을 학교 폭력에서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공부의 노예에서 풀어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나라들이 여럿 있습니다.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잘 살펴서 적절한 인물을 뽑으면 아이들은 입시지옥에서 놓여날 수 있고, 부모들은 교육비 짐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생떽쥐베리가 이런 말을 했지요.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 꿈만 가지게 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길을 개척합니다. 아이들 공부에 부모의 전 삶을 걸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살고 우리 사회는 진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서열사회를 해체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내일모레 화요일에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 오셔서 강연을 하실 예정입니다만, 법륜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자식이 어릴 때는 안아주는 사랑이 필요하고, 청소년 때는 지켜보는 사랑이 있어야 하고, 성인이 되면 끊어주는 냉정한 사랑이 있어야 자녀가 한사람의 독립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식이 결혼한 이후까지 부모가 뒤를 대주어야 하는 형편입니다. 비정상적인 사회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아이들을 막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얼른 오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공부에서 해방돼서,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자랄 수 있는 세상이 속히 오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부모들이 등골이 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그런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 곧 주님의 나라입니다. 주님의 나라는 가난한 사람도, 힘없는 사람도, 건강하지 않은 사람도, 장애가 있는 사람도, 소수자도, 모두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기도문을 욀 때마다 주님의 나라가 임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나라를 애타게 기다리는 저와 여러분에게, 머지않은 장래에 주님께서 친히 주님의 나라를 이루어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1. 20120220 MizN

241 가을 밤 외로운 밤
240 가을 밤
239 가시밭의 백합화
238 가시 돋친 채찍을 발길로 차지 마라!
237 가슴을 헤쳐 젖을 물렸다
236 가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35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지 말아라!”
234 “하나님의 양떼를 먹이십시오!”
233 “하나님을 만들어 주십시오!”
232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31 “평화가 있어라!”
230 “청춘을 돌려다오!”
229 “천둥과 같은 소리를 들으십시오!”
228 “주님보다 앞서 가서”
227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226 “주님께서 내 마음에 안겨주신 기쁨”
225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224 “일출봉에 해 뜨거든”
223 “이러지 마라, 나는 네 동료다!”
222 “의심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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