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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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누가복음서 22:28-30 
설교일 2014-08-03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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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본문

너희는 내가 시련을 겪는 동안에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이다. 내 아버지께서 내게 왕권을 주신 것과 같이, 나도 너희에게 왕권을 준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나라에 들어와 내 밥상에서 먹고 마시게 하고, 옥좌에 앉아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하게 하겠다.”

<누가복음서 22:28-30>


■ 들어가는 이야기

어느덧 8월입니다. 이 달을 보내면 올해가 삼분의 이가 지나갑니다. 이번 주 목요일(7)이 입추(立秋)지요 아직 날은 덥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을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열대야도 없어지고 신선한 기운이 감돌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앞에는 언제나 희망의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희망을 가지고 활기차게 하루하루의 삶을 만들어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누가복음서 22:29에 보니까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왕권을 준다!”라고 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잠시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 왕이 되고 싶은 사람들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라는데요, 언젠가 국왕이 민정을 살피러 다니던 중에 스코틀랜드의 어느 조그마한 초등학교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다 기억하시겠습니다만, 학교 다닐 때 장학사가 한번 온다고 하면 난리법석이 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국왕이 온다는 말을 듣고도 교장은 태연하기만 했습니다. 어떤 준비도 특별히 하지 않았습니다. 평상시와 같이 열심히 수업만 했습니다. 드디어 국왕이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그제야 교장은 정중히 국왕을 맞으면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폐하! 어린 학생들이 보는 앞이라 제가 먼저 머리 숙여 인사하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국왕은, 먼저 모자를 벗어 교장 선생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어린 학생들은, 아, 우리 선생님이야말로 국왕보다도 더 훌륭한 분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평생 선생님을 존경하며 열심히 공부했다고 합니다. ― 장태원 편, ≪유머와 지혜≫(도서출판 Grace Top, 1997), 96쪽. 우리는 왕의 존재를 경험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사극 같은 것을 보면 왕의 권위란 정말 대단하지요. 시골 학교의 교장은, 학생들 앞에서는 자기가 국왕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게 옳습니다. 교실에서는 교사가 국왕보다 높아야 합니다. 공장에서는 엔지니어나 생산직원이 국왕보다 높아야 합니다. 들판에서는 농부가 국왕보다 높아야 합니다. 그 누구든지 자기의 일터에 있을 때는 국왕도 그의 아랫사람이 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옛날에는 왕궁에서든 들판에서든 왕은 영원한 왕이고 상민은 영원한 상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에게 왕권을 준다, 하셨습니다. 내 밥상에서 밥을 먹게 하고 왕좌에 앉아서 백성을 다스리게 하겠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입니다.

■ 누가 으뜸인가?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왕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라의 최고통치자인데, 그 사람들을 누가 뽑습니까? 국민들이 뽑지요. 누가 월급을 줍니까? 국민이 주지요. 나라의 통치권 곧 왕권이 국민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대통령과 함께 밥 먹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옛날에는 한 사람에게 주어져 있던 권력이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수천만 명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이렇게 주인이 많으면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중국의 옛날이야기 하나 하지요. 글씨 하면 왕희지(王羲之)를 떠올립니다. 왕희지의 4대손이 남제(南齊)시대의 유명한 서예가 왕승건(王僧虔)입니다. 그의 행서와 예서는 왕희지를 이어받아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당시 남제의 황제가 소도성(蕭道成)이었는데, 이 사람도 서예에 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서예가 왕승건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어느 날 그를 불러서 서예를 겨루었습니다. 글씨를 다 쓰고 나서 황제가 물었습니다. “어디 말해 보시오. 누가 으뜸인 것 같소?” 왕승건은 자기를 낮추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황제에게 죄를 얻고 싶지도 않아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신의 서예는 신하들 중에서 으뜸이고, 폐하의 서예는 황제 가운데서 으뜸입니다.” 황제는 한 바탕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리이위(장연 역/리이위 편), ≪세 치 혀가 백만 군사보다 강하다≫(김영사, 2004), 243쪽. 우리는 흔히, 1등은 한 사람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모두 다 자기 분야에서 1등을 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나라가 좋은 나라입니다.

■ 왕이 되어 살기

예수님께서 잡혀서 돌아가신 이유가 무엇인지 다 잘 아시지요. 자기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했다는 것이 죄목이었습니다. 늘 말씀드립니다만, 당시에 ‘하나님의 아들’ 또는 ‘신의 아들’이라는 말은 왕들만 쓸 수 있는 칭호였습니다. 그런 말을 예수님은 자신에게 붙였습니다. 신분차별이 엄중하던 그 사대에 한낱 목수 아들이 자기를 왕이라고 불렀으니, 이건 대역죄이지요. 그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내가 하나님의 아들인 것처럼, 너희들도 모두 하나님의 아들이다,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민중을 선동한 역적이 된 것입니다. 그 덕에 여러분과 저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명실상부한 왕이 되었습니다. 상징적인 의미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라의 주권자가 되었습니다. 평민에게 투표권이나 선거권이 주어진 것이 근대의 일이니까, 2천 년 전에 예수님께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실천까지 하셨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입니까? 그러면 왕으로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익혀야 합니다. 그 답은 노자 할아버지가 주었습니다. ≪노자≫ 66장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강과 바다를 두고 능히 모든 골짜기의 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아래에 두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골짜기의 왕이라 인정할 수 있다. 백성의 위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말로 자신을 낮추어야 하고 백성의 앞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자신의 몸을 뒤에 두어야 한다. 대저 성인은 백성 위에 있어도 백성에게 짐이 되지 않고 백성 앞에 있어도 백성이 방해를 받지 않는다. 그러면 천하가 그를 기꺼이 받들지언정 그를 싫어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분쟁을 피하면 천하가 어찌 그와 맞서 분쟁을 하려 하겠는가.” 오늘 신약 본문 바로 앞의 말씀인 누가복음서 22:25-27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뭇 민족들의 왕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은인으로 행세한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 누가 더 높으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냐, 시중드는 사람이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

■ 맺는 이야기

진정한 왕은 남의 짐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짐을 덜어주는 사람입니다. 남의 앞에 나서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남의 위에서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래에서 섬기는 사람입니다. 아무쪼록 저와 여러분은 왕권을 우리에게 주신 예수님께 감사하며, 남 섬기기를 으뜸으로 아는 멋진 왕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 2014.8.3 구미 한울교회 주일예배 말씀입니다.)
242 가을 보약
241 가을 밤 외로운 밤
240 가을 밤
239 가시밭의 백합화
238 가시 돋친 채찍을 발길로 차지 마라!
237 가슴을 헤쳐 젖을 물렸다
236 가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35 “힘없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지 말아라!”
234 “하나님의 양떼를 먹이십시오!”
233 “하나님을 만들어 주십시오!”
232 “하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31 “평화가 있어라!”
230 “청춘을 돌려다오!”
229 “천둥과 같은 소리를 들으십시오!”
228 “주님보다 앞서 가서”
227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226 “주님께서 내 마음에 안겨주신 기쁨”
225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224 “일출봉에 해 뜨거든”
223 “이러지 마라, 나는 네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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