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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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기 2012-07-22 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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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본문 잠언 30:24-28 
설교일 2012-07-22 
설교장소 한울교회 
설교자 전대환 
설교구분 주일 

■ 성서 본문

땅에서 아주 작으면서도 가장 지혜로운 것이 넷이 있으니,
곧 힘이 없는 종류이지만 먹을 것을 여름에 예비하는 개미와,
약한 종류이지만 바위 틈에 자기 집을 짓는 오소리와,
임금은 없으나 떼를 지어 함께 나아가는 메뚜기와,
사람의 손에 잡힐 것 같은데도 왕궁을 드나드는 도마뱀이다.

<잠언 30:24-28>


■ 들어가는 이야기

요즈음이 일 년 가운데서 가장 뜨거운 계절인데, 더구나 오늘은 한 해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입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 자고, 내어놓은 것인데, 이 무더위에 여러분의 인체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우리가 어제부터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경학교에 참가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그리고 애쓰시는 선생님들, 또한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는 성도 여러분에게 주님의 각별한 보살피심이 시원하게 임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오늘은 동물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잠언에 보면 “개미에게 가서, 그들이 사는 것을 살펴보고 지혜를 얻어라”(잠언 6:6) 했습니다. 개미들이 어떻기에 개미에게 배우라고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개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쥐들이 사는 세상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 쥐 세상

프랑스 낭시 대학 행동생물학 연구소의 한 연구자가 실험을 하나 해보았습니다. 쥐들의 수영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그는 쥐 여섯 마리를 한 우리 안에 넣고 문은 하나만 냈습니다. 그 문은 수영장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먹이가 들어 있는 사료 통은 수영장 건너편에 두었습니다. 쥐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헤엄을 쳐서 수영장을 건너야 하도록 해두었던 것이지요. 연구자는 여기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쥐 여섯 마리가 일제히 수영을 해서 먹이를 가지러 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쥐들을 지켜보고 있자니까 두 마리가 수영을 해서 먹이를 구해왔습니다. 그걸 본 다른 쥐 두 마리가 물을 건너갔다 온 쥐들로부터 먹이를 빼앗아먹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네 마리의 행동이 확인되었습니다. 나머지 두 마리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 가운데 한 마리는 자기가 직접 수영을 해서 먹이를 가져 와서 스스로 먹었습니다. 빼앗기지도 않았습니다. 나머지 한 마리는 먹이를 구하러 가지도 않고 남의 것을 빼앗지도 못하고 남들이 싸우다 흘린 부스러기만 주워 먹었습니다. 쥐 여섯 마리 가운데서, 두 마리는 착취자 형이었고, 두 마리는 착취당하는 형이었고, 한 마리는 독립 형이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천덕꾸러기 형이었습니다.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더 신기한 것은 스무 개의 우리를 만들어서 똑 같은 실험을 했더니 어느 우리에서나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모든 우리에서 피착취자 두 마리, 착취자 두 마리, 독립 쥐 한 마리, 천덕꾸러기 한 마리로 나뉘었습니다. 정말 쥐들의 사회가 저렇게 형성되는가, 더 확실히 알기 위해서 이번에는 착취자 형에 속하는 쥐 여섯 마리를 따로 모아서 우리에 넣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쥐들은 밤새도록 싸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그들의 역할은 똑같은 방식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착취당하는 형이나 독립 형이나 천덕꾸러기 형에 속하는 쥐들을 각 유형별로 여섯 마리씩 모아서 같은 우리에 넣어 보았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쥐 세상에서는 어떤 쥐들이 모여 있든지, 언제나 열심히 일하지만 빼앗기면서 사는 놈 두 마리, 남의 것 빼앗아 먹고 사는 놈 두 마리, 스스로 먹고 사는 놈 한 마리, 그리고 얻어먹고 사는 놈 한 마리, 이런 식으로 사회가 돌아가더라, 하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이세욱 임호경 역),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주식회사 열린책들, 2011), 80-81쪽.

■ 개미 세상

이번에는 개미들의 세상을 보겠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는데, 해가 질 때쯤 산길을 가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흙길에 꺼먼 줄이 길게 늘어져 있기에, 저게 뭘까 하고 가까이 가서 보니 개미들이 떼를 지어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행렬이 10미터는 넘어 보였습니다. 못 돼도 개미들이 수만 마리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저게 무슨 현상인지 궁금해서 나중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장마를 앞두고 대이동을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혹시 천재지변이 있을지도 모르니 주의하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개미들이 이동하는 행렬을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우리가 시가행진을 하는 것처럼 모든 개미들이 한쪽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행렬 안에서도 상당히 무질서하게 보일 정도로 개미들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개미들도 사람처럼 도시를 만들어서 집단생활을 한다고 하지요? 그렇게 살다가 자기네 도시 주변에 사냥감이 고갈되었다 싶으면, 모든 시민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답니다. 개미들은 땅속에 도시를 건설하지만, 사람처럼 환경을 파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미도시가 있어서 땅속에 공기가 통하게 되는 등, 생태계에 긍정적인 구실을 합니다. 개미도시를 들여다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연구자들이 조사한 것을 보면, 개미도시에는 알을 보관하는 방도 있고, 먹이를 저장하는 창고도 있고, 여왕개미의 거처도 있고, 버섯 재배실까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개미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노동에 종사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체 시민 가운데서 3분의 1은 잠을 자거나 한가로이 돌아다니면서 빈둥거립니다. 또 다른 3분의 1은 쓸데없는 일을 벌이거나 심지어는 다른 개미들에게 방해가 되는 일을 저지릅니다. 일은 안하고 일만 만드는 친구들이지요. 나머지 3분의 1은 방금 말한 사고뭉치들의 실수를 바로잡으면서, 도시를 제대로 건설하고 관리해 나갑니다. 그렇지만 노동을 하든지 안 하든지, 개미 공동체는 신기할 정도로 질서가 있고 평화롭습니다.

■ 사람 세상

쥐들의 세상이나 개미들의 세상이나 사람 사는 세상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사람 세상이 쥐 세상과 비슷한 점은, 착취자가 있고 피착취자가 있고 스스로 먹고 사는 부류가 있고 얻어먹는 부류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쥐 세상이 사람 세상보다는 빼앗고 뺏기는 것이 조금은 덜한 것 같습니다. 사람세상에서는 1%의 사람들이 99%의 사람들 것을 빼앗아 먹고 산다고 하는데, 쥐는 빼앗는 쥐가 3분의 1, 빼앗기는 쥐가 3분의 1 정도니까요. 그러나 어쨌든 착취자가 있고 피착취자가 있고 독립 형이 있고 천덕꾸러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사람세상과 똑 같습니다. 개미 세상도 사람 세상과 비슷합니다. 사람의 생활에서 주가 되는 것이 일하는 것, 먹고 자는 것, 노는 것, 이 세 가지인데, 개미들은 3교대가 아주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미 사회에서는 착취자도 없고 피착취자도 없습니다. 그냥 언제든 3분의 1은 일하고, 3분의 1은 빈둥거리고, 3분의 1은 먹고 자면서도 개미들은 아주 모범적이고 건강한 사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개미들은 사막에서 북극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삽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도 개미들은 살아남았습니다. 개미들은 저희끼리도 서로 방해하지 않고 지구와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갑니다. 아마도 성경에서는 그래서 사람들 보고, 개미들에게 가서 배우라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쥐 세상은 빼앗고 빼앗기는 무한경쟁사회입니다. 반면에 개미 세상은 철저한 협력사회입니다. 쥐들에게 종교를 가르치고 철학을 가르쳐서 경쟁사회를 종식시키고 협력사회를 만들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개미들에게 자유주의 경제학을 가르쳐서, 그렇게 밋밋하고 재미없는 세상에서 벗어나서 경쟁과 승리의 짜릿함을 맛보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둘 다 안 됩니다. 그러나 사람 세상은 다릅니다. 구성원들 사이에 소통과 협의를 통하여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추구하는 세상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하나님나라 개념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빼앗고 빼앗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없이, 각자 열심히 일해서, 일한 것을 스스로 거두어서 먹고 사는 세상이 하나님 나라입니다. 쥐 세상보다는 개미 세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모든 사람이 협력하는 가운데, 서로 교대해가며 3분의 1은 일하고, 3분의 1은 먹거나 자고, 3분의 1은 빈둥거리며 노는 세상! 이 얼마나 여유롭습니까? 올 12월에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유력한 후보들이 벌써부터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후보들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은 그들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들의 말 몇 마디가 아닙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이 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지, 그것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쥐 세상처럼 무한경쟁사회를 만들 사람인지, 개미 세상처럼 협력사회를 만들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맺는 이야기

요즘 ‘복지’문제가 화두지요. 쥐 세상을 만들어놓고 천덕꾸러기들에게 빵부스러기 몇 개 더 돌아가게 하는 것, 이건 복지가 아닙니다. 진정한 복지는 빼앗는 사람도 없고, 빼앗기는 사람도 없고, 모두 열심히 일하면서 3분의 1씩 돌아가면서 일하고,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입니다. 아무쪼록 머지않은 장래에, 저와 여러분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착취 없는 세상, 평등하게 대접받는 세상, 모두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1. 20120724 Naeil.

942 지각 있는 사람
941 지각 있게 말하는 입술
940 즐거움을 누려라!
» 쥐 세상, 개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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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 죽는 날이 더 중요하다!
936 주일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935 주인 선택하기
934 주여, 이 땅을 살려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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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 주머니가 구멍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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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주님의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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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 주님의 일에 적합한 사람
927 주님의 이슬
926 주님의 은혜를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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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 주님의 뜻을 이룬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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