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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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날 1996-12-26 
실린곳 KBS 1TV 
기자 김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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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26 KBS 1TV 송년기획 ― 사람 사랑 ‘96)

한 노인을 따라간 컴두리센터! 사람 좋게 생긴 전대환씨가 소장이라고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컴퓨터 전문가 전소장, 그는 컴퓨터를 뚝딱거려서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음악)

구미에는 전소장이 컴퓨터를 들고 와 주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이 날 그가 간 곳은 박찬희씨네 집. 몸이 불편하여 꼼짝달싹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무상으로 컴퓨터를 설치해 주고 관리해 주는 것이 전소장의 일이다. 박찬희씨가 그렇듯 그들은 대부분 컴맹이다. 하지만 전소장은 집요하게 가르치고 파고들면 컴퓨터가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그들의 눈이 되고 발이 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가 컴퓨터를 제공하는 원칙은 단 한가지, 바깥 출입을 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그 대상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다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는 우선 신청자의 형편을 살핀다. 도장포와 판촉물 제작 등 간단한 인쇄 일을 하는 이영부씨. 전소장은 컴퓨터를 통해서 인쇄물 편집을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이영부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단한 재산가도 아니고 컴퓨터 회사 사장도 아닌 전소장이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꼭 일 년 전이다. 컴퓨터와 관련한 수많은 문의를 받다가 한 장애인과 통신을 하게 된 것이 그 계기이다. 문제는 적지 않게 들 자금. 마당발인 그는 아는 사람들을 다 찾아다니며 그 일의 가치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후원자를 하나 둘 끌어 모으는 것이다. 구미 YMCA 김총장은 그 중 든든한 후원자이다.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한 것은 지역 신문이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서 컴퓨터가 필요한 장애인들의 신청을 받고 못쓰게 된 컴퓨터를 두루두루 기증 받았다. 그들을 가르칠 자원봉사자도 모집했다. 신문 홍보 결과는 상상 밖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컴두리센터의 문을 두드린 사람이 1500명에 이른다. 소문을 듣고 그 많은 장애인이 컴퓨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타까운 것은 정작 컴퓨터를 내놓는 사람이 그 반의 반도 안된다는 것이다.

컴퓨터 전문 기사인 김용국씨는 컴두리센터의 성실한 자원 봉사자이다. 두 사람은 286, 386, 흘러간 컴퓨터, 고장난 컴퓨터를 거두어다가 분해해서 회생시키는 일을 같이 한다. 두 대나 세 대 쯤 뜯어, 합치고, 부품 몇 개 사다 끼우면 쓸만한 컴퓨터 한 대는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대씩 컴퓨터가 완성될 때마다 전소장은 새 임자가 될 사람을 찾아간다.

석달을 기다려서 이날 겨우 차례가 된 이연호씨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다. 갑자기 주저앉아 갑갑증을 내는 그에게 컴퓨터는 바깥 세상을 넘나드는 통로가 될 것이다. 전소장은 연호씨의 컴퓨터에 대화방을 개설해 주었다. 아예 컴퓨터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날게 해 줄 작정이다. 늘 사람이 그리웠던 연호씨에게 곁에 둘 친구 하나가 생긴 셈이다.

박찬희씨는 이제 컴퓨터가 낯설지 않다. 우리에게 컴두리센터를 안내해 준 그 노인이 자원 봉사자로 박찬희씨를 가르치고 있다. 그에게도 장애인인 아들이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이 컴두리센터는 컴퓨터라는 차디찬 기계 하나를 통해 장애인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컴두리센터에는 개소 1년만에 그렇게 많은 장애인과 후원자가 엮이고 있다. 전소장은 그것을 작은, 그러나 아름다운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 일은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컴퓨터 교실 수료식과 후원자 가족 송년의 밤이 열리는 그 날, 컴두리센터에 모인 그들 모두가 이 기적의 주인공임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음날 전소장은 시각장애자용 486 컴퓨터를 들고 백갑철씨를 찾아갔다. 말하는 컴퓨터는 그가 간절히 바라던 것이다. 자판이 이미 손끝에 익은 그는 새 컴퓨터와 금방 친해졌다. 머지않아 그는 컴퓨터 박사가 될지도 모른다. 전소장은 또 한사람의 울안에 갇힌 장애인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희망의 눈을 뜨게 해 준 셈이다. 돌아가면서 그가 받는 것은 그저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그것 뿐이었다.

(연출 김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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