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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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여종을 건드리기가 그만큼 쉽다는 말이렸다...

판서댁 마님이 하루는 배가 남산만하게 부풀어오른 자기 몸종을 불러 앉혀놓고 전에 없던 엄격한 어조로 꾸짖었다.

"내 그렇게도 사내놈들을 조심하라 일렀거늘 못된 행실로 애까지 배었으니 너를 더 이상 내 집에둘 수가 없느니라. 당장에 보따리를 싸거라."

마님의 꾸중에 몸종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저 마구 흐느껴 울 뿐이었다. 그런데 한바탕 꾸짖고 난 마님의 심경도 썩 편치가 못했다. 그렇게 잘 따르고 일도 잘하던 아이가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아이가 순진하여 사내들 꾐에 속아넘어간 탓이라는 생각이 들자 무척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당장에 이 집을 나가면 어디 갈 데는 있느냐?"

"......"

몸종의 묵묵 부답에 마님이 고쳐 말했다.

"이 집이 나가기 싫거든 너를 이 꼴로 만든 그 작자가 누군지 어디 이름이나 한 번 대봐라."

순간 몸종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마님, 그것만은....."

"대답 못한다 이말이렸다? 좋다, 어느 쪽을 택하든 그놈을 대든가, 아니면 보따리를 싸든가."

"마님, 정말입니다. 그것만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누구 아이인지 정말 저도 모르는 걸요."

"당찮은 소리! 너를 이 꼴로 만든 그놈을 모른다고? 그게 말이냐 되느냐? 누구냐? 삼식이 놈이냐?"

몸종은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마님 쇤네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아이를 낳아 봐야 알겠어요."

마님의 언성이 다시 높아졌다.

"아니 요 엉큼한 것이 그래도 나를 속이려고!"

"그게 아니에요, 마님."

"당장에 밝히래두!"

마님의 추궁에 몸종이 하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만약 아기가 앞으로 나오면 도련님 아기고 뒤로 나오면 대감마님 아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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