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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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씹 한나절에 안 미치는 과부 없다."

이에 얽힌 이야기다.

지게를 진 김장섭은 아침 안개를 헤치며 고샅을 돌아섰다.

"아이고 참, 누가 춘삼월 호시절 아니라고 헐성불러 염병들 허고 자빠졌다."

김장섭이 같잖다는 웃음을 흘리며 혀를 찼다. 그의 눈길이 머문 곳에는 개 두마리가 엉덩이를 맞대고 있었다.

"지랄, 안개밭 속에서 운치꺼정 조옷쿠나."

김장섭은 침을 내뱉었다.

땅에 짙게 깔린 안개밭 속에서 개의 다리는 거의 감추어져 있었다. 그런 모습은 어찌보면 김장섭의 말마따나 운치가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또 어찌보면 몸체가 다 드러난 것보다 더 흉해보이기도 했다.

"저 잡녀러 것덜언 어째 흘레를 붙어도 밤 다 두고 꼭 아칙에 저 지랄이여, 재수대가리 없이!"

김장섭은 지겟작대기를 치켜들어 사정없이 개를 후려쳤다.

깨갱 깽깽......

지겟작대기에 얻어맞은 개가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다. 그리고 달아나려고 앴다. 그런데 붙은 엉덩이는 떨어지지 않고 다른 개가 뒷걸음질로 느리게 끌려가고 있었다.

"개씹 한나절에 안 미치는 과부 없다등마,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김장섭은 또 지겟작대기를 휘둘러 다른 개를 내리쳤다.

깨갱 깽깽깽......

개의 비명이 자지러졌다. 그리고 두 마리가 서로 반대쪽으로 뛰는 바람에 엉덩이가 떨어졌다. 개들은 안개 속으로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그려, 그리 돼야제."

김장섭은 그제서야 만족스럽게 손바닥을 털었다.

그는 흘레붙은 개를 보는 순간 재수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집을 나서서 첫번째로 본 것이 흘레붙은 개새끼라니...... 꼭 무슨 액운이 끼치는 것 같았다. 일간 그 생각이 들자 개새끼들을 떼어놓지 않고는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닥치는 액운을 깨부수는 심정으로 지겟작대기를 휘둘렀던 것이다.

깁장섭은 괜히 그런 생각이 든 것이 아니었다. 일을 나서기 전에 남상명을 문병 가는 길이었다. 남상명의 병세가 심상치 않아 자꾸 마음이 쓰이는 판에 첫 대면한 것이 하필 흘레붙은 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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