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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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 망망한 바다와 넓은 땅만이 있던 이 세상에 나라들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먼 남방의 어느 한 바닷가 나라에 타무라고 하는 왕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은 신하들을 불러놓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사신들을 맞고 보내는 한 신하가 나서며 먼 나라 해동조선에 있는 금강산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천하명승이라고 아뢰었다.

왕은 한참 생각하고 또 일일이 캐어묻더니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

"그럼 좋다. 네 말을 믿고 내 금강산을 구경하는 것으로 평생 소원을 이룰까 하노라."

이튿날 타무왕은 화려한 수레를 타고 신하들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해동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 가는 길에는 나라들도 많았다. 기암들이 총총 물 속에 서 있는 바다 경치를 가진 나라도 있었고 웅장한 멧부리와 절묘한 동산을 자랑하는 땅도 있었다. 그리고 수려한 강과 호수 대신 신비한 오아시스들이 있는 사막지대도 있었다.

타무왕은 줄곧 밖으로 시선을 보낸 채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곳 경치도 아까보다 못지 않군."

그때마다 왕의 곁에 앉은 신하는 이곳은 금강산의 경치와는 비교도 안 된다고 하였다.

이런 나날 속에서 춘삼월에 떠난 타무왕 일행은 단풍이 한창 짙어 가는 가을에야 조선에 도착하였다.

조선 왕은 지루하게 먼길을 온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고 나서 그들을 데리고 금강산으로 갔다. 일행이 금강산 어귀에 이른 것은 연보라 빛 안개가 채하봉에 내리고 영농한 빛깔이 수시로 변하는 한낮이었다. 단풍든 봉우리들은 거대한 불덩이처럼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이글거리고 숲 속에서 서늘한 바람이 신묘한 향기를 실어왔다. 신하들은 난생 처음 보는 경치라고 떠들썩하였다. 왕을 금강산으로 오게 한 신하가 물었다.

"마마, 경치가 어떠하오이까?"

그러나 타무왕은 아무런 내색도 없이 그냥 경치를 쳐다볼 뿐이었다. 신하는 왕이 도대체 어떤 경치를 보고싶어하는지 알고싶어 속이 달아났지만 차마 더 물을 수도 없었다. 여기서 자리를 뜬 일행은 구룡동으로 향하였다. 구룡동 어귀에 이른 타무왕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흰 꼬리의 한 끝을 개울에 드리우고 몸을 하늘중천으로 솟구친 굉장히 큰 봉황새가 우아한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조선 왕은 타무왕에게 저것은 길이가 몇백 자를 넘는 비봉 폭포라고 알려주었다. 타무왕은 비봉 폭포를 넋없이 바라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과연 명산은 명산이로구나!"

그러자 마음을 써오던 신하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어느 사이에 그들 앞에 또다시 신비경이 펼쳐졌다. 폭포는 하얀 구름을 말아 올렸는데 삽시간에 산도 폭포도 없어지고 산정에서 약초 캐는 노인들이 나타나 신선나라에서 온 손님처럼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조선 왕은 크게 놀라는 타무왕 일행에게 금강산에서는 한 번 보고 난 경치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한다고 일러주었다. 타무왕은 오던 길을 돌아보았다. 실로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거기에도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경치가 펼쳐졌는데 현란한 진주보석으로 촘촘히 단장한 기암연봉들이 아직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장단에 맞추어 움푰x贄?춤을 추고 그 위에 청학, 백학이 실안개를 감고 노니는 것이 아닌가.

타무왕은 제일 가는 명승들이 이렇게 한데 집중된 것을 눈앞에 보니 이 세상의 자연경치는 너무나도 불공평하게 되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선왕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기에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금강산이 넓으나 넓은 이 세상 동쪽의 한 나라에만 있소?"

조선 왕은 너그럽게 웃었다.

"그건 산과 강을 나누어주는 바다용왕이 준 것이오."

"바다 용왕은 내가 사는 나라도 다 같은 인간 세상이라는 것을 알텐데 이렇게 평등하지 못하게 나누어줄 수 있단 말인가!"

타무왕은 참을 수 없는 듯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돌아가던 길에 이 '부당한' 처사를 항의하러 바다 용왕을 찾아갔다. 찾아온 연고를 다 들은 용왕은 무릎까지 드리운 흰 수염을 쓸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자고로 사람은 산천의 정기를 타고난다고 하지만 산천 또한 사람의 마음이 비껴 자기의 모양을 갖추느니라. 그래서 사람과 산천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인데 해동국으로 말하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 티끌 하나 없기에 열 길 깊은 곳의 모래알 하나까지 헤아릴 수 있는 맑은 물을 준 것이요,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태만상의 멧부리들은 그 땅 사람들의 슬기가 서려 그런 것이니라. 뜨는 해의 빛이 있어 노을이 곱듯이 깍듯한 예의범절만이 맑은 아침과 일맥상통함을 마땅히 알아야 하리라. 그러나 상심할 것 없다. 용궁의 창고에는 본래 여덟 개의 금강이 있었는데 제일금강은 해동국에 주었거니와 나머지 일곱은 아직 그대로 있으니 어느 나라 사람이든 간에 마음이 보석처럼 다듬어진 다음에 찾아오면 기꺼이 내주겠노라."

타무왕은 용왕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귀로에 올라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용왕의 말이 그럴듯하다. 조선에 가보니 금강산은 마땅히 이곳 사람들이 가져야 할 산이니 내보기에도 세상에 제일 가는 절경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때로부터 금강산은 더욱 널리 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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