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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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정리: 전호영) 
유별난 시어머니가 있었다. 새 며느리가 들어오면 내쫓고, 들어오면 내쫓고... 도무지 며느리를 못 거느리는 성미(性味)였다.

인물이 못났으면 모양(模樣) 없다고 내쫓고, 얼굴이 훤하게 잘 생겼으면 외간남자(外間男子)가 탐(貪)낼까 무서워 내쫓고, 키가 크면 건달이 같다고 내쫓고, 키가 작으면 볼품없다고 내쫓고, 말을 잘하면 말이 많다고 내쫓고, 입이 무거우면 미련하다고 내쫓고, 몸이 호리호리하면 허약(虛弱)하다고 내쫓고, 살이 통통하면 돼지 같다고 내쫓고, 많이 알면 건방지다고 내쫓고, 아는 게 별로 없으면 무식하다고 내쫓고...

한 열댓 명 내쫓고 보니, 이제는 아무도 그 가문(家門)에 시집오려고 하는 처녀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아들의 나이는 40이 다 되어 간다. 청춘(靑春)이 다 늙어가니, 동네 사람들로부터 욕먹는 것도 문제려니와 집안 꼴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던 중 한 처녀가 시집을 가겠다고 자원(自願)했다. 이 처녀의 결점(缺點)은 키가 작고 몸집이 땅땅하다는 것이었다. 혼인(婚姻)하던 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숙덕거린다. 저 모양을 해 가지고 쫓겨나기 바쁘다는 투였다.

그날 밤, 신부(新婦)가 밖에 나와 감탄스럽게 말한다.

"여기에도 달이 있네요. 어, 저기 별도 있고요..."

모두들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인간이 조렇게 쬐그많게 생겼으니, 어찌 소견인들 있으리..."

신부 왈(曰),

"저는 키 큰 사람들이 다 따 간 줄 알았거든요."

'당신들이 키가 커야 얼마나 크다고 그러느냐'는 말이렸다.
듣고 있던 시어머니,

"조 요망한 년 봤나."

"요(堯)가 망(亡)했기에 순(舜)이 천자(天子)가 됐지요."

"조 건방진 년!"

"건(巾: 頭巾을 말함)이 방(房)을 (짊어)진다면 방(方: 方笠을 말함)은 대궐(大闕)을 지겠네요."

보다 못한 시아버지가 한 다리 거든다.

"얘, 아가야, 네 시어민데, 한 말이라도 져 드려라."

"제가 나이 스무 살인데, 한 말(斗) 쯤이야 못 지겠습니까?"

이제 집안 어른들까지 딱해서 참견한다.

"얘야, 새 며느리가 그게 무슨 체(體面을 일러서 한 말)냐?"

"소나무 바퀴 말총 채지요."

시어머니가 분을 못 이겨 소리쳤다.

"조년 보내라."

"어디 새 논(沓) 치실 일 있으신 모양이지요? 보(洑)를 내라시는 걸 보니..."

동네 사람들이 주욱 모여 이 신기한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이 장면에서 그만 박수갈채(拍手喝采)가 터져 나왔다. 때아닌 박수 소리에 신랑(新郞) 가족들은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우중왈좌중왈(偶中曰座中曰),

"그 신부 보내지 마시오. 나이 40에 그만한 신부가 어디 또 있겠는가? 신부 소견이 그만하면 무슨 일이라도 다 해내겠네."

온 동네 사람들의 성원 속에 그 이후로 신부도 시댁도 운이 화악 트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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