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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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는 어느 장로님이 해주셨던 이야기 한토막 소개합니다.

K대학교의 K교수님은 학문적으로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지신 학지이시고, 또 신앙적으로도 아주 왕성한 활동을 하시고 계시는 장로님이십니다. 제가 여지껏 만난 그리스도인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며 그분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깨우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신실하신 장로님이신데...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K교수님도 한번은 주일예배를 빼먹는 실수를 하셨습니다. 당시 연구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마감기일 때문에 논문을 쓰시느라고 주일 아침까지 컴퓨터 앞에 붙어 계셨다는데.

이 분이 시간을 보니까 도저히 주일예배 갔다와서는 완성할 수가 없겠더랍니다. 그래서 그냥 논문을 마저 다 완성해서 세이브시켜 놓고 저녁에 설교하시기로 약속된 교회에 가서 설교는 하셨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다시 컴퓨터를 켜고 논문 마무리를 하려고 보니, 아 글쎄, 주일 한나절 내내 열심히 썼던 그 논문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답니다. 분명히 파일을 세이브 했는데 말입니다.

K교수님은 원래 과학기술원에 계셨던 분으로 컴퓨터에 대해서는 아주 익숙한 전문가이십니다. 그러니 그 분이 실수하셨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어쨌든 주일예배도 빼먹고 열심히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면서 완성해놓았던 논문인데 그냥 사라져버리고 만 것입니다.

할 수 없이 그날 밤을 꼬박 새우시면서 다시 쓰실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먼저 쓰셨던 논문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K교수님 왈.

"장로나 되어가지고 일때문에 주일예배 빼먹었다고 하나님께서 슬쩍 치워버리셨나 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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