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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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1996.10.17 조선일보 
스승은 빈손으로 떠나며 후학들에게 더 큰 가르침을 남겨놓았다.

지난 5일(1996.10.5) 김애마(93) 전 이화여대 총장서리가 별세한 지 열흘이 지난 14일 오전 정의숙 이화여대 이사장은 접견실에서 낯선 손님을 맞았다.

김씨의 조카 이명자씨(57)였다. 유상근 전 명지대 이사장의 부인인 이씨는 정이사장을 보자마자 말없이 봉투를 내놓았다.

그 안에는 3억원이 담겨져 있었다.

"떠날 때는 홀가분한 게 좋다고... 그동안 사시던 강남구 신해청 아파트 27평을 남몰래 팔고, 학교에서 나오던 연금까지 꼬박꼬박 모으신 모양이에요. 임종 직전 저보고 이걸 학교에 전해달라며..."

돈에 담긴 사연을 설명하던 이씨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김씨가 1년전에도 후학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1억원을 기증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던 정이사장의 눈시울도 동시에 붉어졌다.

그러나 김씨가 기증한 것은 재산뿐이 아니었다.

김씨가 그동안 아끼며 소장해오던 도서 3천여권과 그림, 도자기, 심지어 밥그릇과 수저까지도 아끼던 제자들에게 나눠주었던 것.

58년부터 2년동안 당시 사범대학장이었던 김씨의 가르침을 받았던 백명희교수도 그중의 한명.

"지난 해 병석에 누워 계시면서 갑자기 차나 한잔 하자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가보았더니 산수화 1점과 중국 도자기 1개를 주시는 거예요. 그건 제가 오래 전에 선생님께 선물했던 건데, '나는 많이 봤으니 이제부터 네가 간수하라'고 하시면서..."

백교수는

"선생님이 책도 어느새 모교 중앙도서관과 사범대학도서관 등에 기증한 사실을 며칠 전에야 알았다"

고 말했다.

12살 때 이화학당에 입학한 이후 사범대학장, 총장서리를 지내며 김활란여사와 함께 이화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애마 전 총장서리가 쓰러진 건 지난 94년4월.

집안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친 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워낙 고령인 탓에 병세가 금세 악화됐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온 [최후]를 감지하며 남몰래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던 것같다.

심지어 학교측은 그녀의 사후 입원비 1억3천만원을 정산하려 했을 때 그녀가 미리 돈을 지불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낼 정도였다.

이화여대측은 김씨가 남긴 장학금을 그녀가 평소 주창해오던 '참교육' 실천을 위해 사용키로 결정했다.

이종선 홍보실차장은

"평소 선생님의 지론을 되살리기 위해 국내외 유명교수를 초청,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애마렉처]를 구성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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