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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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314 
17년 전 세상을 뜬 남편 이두봉씨를 대신해 산불피해 변상금 123만 157원을 갚은 할머니가 계십니다. 변상금을 완납한 용간난(64) 할머니는 "지난 20년 동안 가슴 한구석이 늘 빚 때문에 답답했는데 변상금을 모두 갚아 후련하다"며 "영감도 이제 저승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약속은 지켜야지…"

79년 3월16일, 홍천읍 삼마치고개 일대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한 시간 남짓 동안의 이 산불로 3.5㏊(약 1만600여 평)에 들어찼던 스트로브 잣나무 9700여 그루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2년전인 77년 조림된 나무들이었습니다. 한약재를 캐러 갔다가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불을 낸 이두봉씨는 5개월 징역에 변상금 123만157원을 부과 받았습니다.

공무원 초임이 10만원이 채 안 되던 시절, 120여만 원은 남의 논에서 일하며 일당으로 근근이 살림을 꾸려나가던 이들 부부에게 엄청난 액수였습니다. 10만원 주고 산 손바닥만한 땅에 손수 14평짜리 집을 지어 6식구의 거처를 마련한 게 바로 1년 전. 할아버지는 석방된 뒤 다시 제재소 등에서 일용잡일을 하다가 이듬해 중풍으로 앓아누웠고, 84년에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습니다. 아내에게 "변상금을 내지 않으면 자식들이 대신 내야 하니 당신이 꼭 갚아 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남긴 재산이라고는 집 한 칸이 전부.

"장례를 치르려는데 수중에 전날 일당으로 받은 7000원이 달랑 있더라구요. 장례도 이집 저집서 20만원을 융통해 치렀지요."

고교 졸업반부터 초등학생까지 올망졸망한 4남매(3남1여)의 학비에 생활비도 막막한데 빚까지 물려받은 할머니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몸 움직여 품 파는 것 말고 따로 돈 나올 데가 없었어요.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지, 빚을 아이들에게 넘겨줘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고…."

매일 새벽 네 아이의 도시락 싸기부터 시작해 낮에는 남의 농사일을 해주고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홍천시장통의 한식집 막국수집 칼국수집 분식집 등 야간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일당이라야 고작 7000원. 그처럼 절박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할머니는 매년 한 두 차례씩 3만~10만원의 변상금을 꼬박꼬박 납부했습니다.

"낫질하며 졸다가 베일 뻔도 하고, 식당 배달일하며 졸며 걷다가 교통사고 날 뻔도 하고…. 정말 죽을 때까지 갚을 수나 있을까 아득했어요. 원망? 이왕 그리된 거 원망하면 뭐해. 그 양반 생전에 산 불낸 것 가지고 얼마나 가슴아파했는데….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유언대로 빚을 다 갚아 저승길을 홀가분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동아일보 2001/12/27 기사를 참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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