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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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276 
어느 날 할머니가 병으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신장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의사들은 당장 수혈을 하지 않으면 그 날 저녁을 넘기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할머니의 혈액형이 Rh- AB라는 데 있었습니다. Rh- AB는 요즘도 구하기가 힘들지만, 혈액은행도 없고 혈액을 공급할 운송시설도 없던 그 당시에 Rh- AB 혈액을 구하는 일을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식구 모두가 다 검사를 받아 보았지만 그러한 혈액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를 살릴 희망은 없다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하도록 친척들을 데리러 갔습니다. 병원을 나서는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려가는데 한 군인이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차를 태워 달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크게 상심하여 있었기 때문에 그 군인을 태워 줄 마음이 없었지만 어떤 큰 힘에 끌린 듯 차를 세우고 군인이 차에 타도록 허락했습니다.

아버지의 눈에서 뺨으로 흐르는 눈물을 본 그 군인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Rh- AB혈액형을 찾을 수 없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설명하면서 오늘 저녁 안으로 같은 혈액형을 찾지 못하면 돌아가시게 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아버지가 말을 마치자 그 군인은 자신의 손을 내밀어 손바닥을 펼쳐 아버지에게 내밀어 보였습니다. 그 손바닥 위에는 그의 군번표가 있었고 거기에는 혈액형이 Rh- AB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군인은 아버지에게 당장 차를 돌려서 병원으로 갈 것을 재촉하였습니다.

할머니는 그 일이 있은 후 47년이나 더 사시다 1996년에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군인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가끔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 군인은 사람이 아니라 군복을 입은 천사였다"

고 말입니다.

(퍼올린 글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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