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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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1-12-20 
실린 곳 이야기나라 

옛날, 호랑이가 창궐(猖獗)할 즈음에는 호식(虎食) 가는 일(호랑이에게 잡혀가는 일)이 왕왕(往往) 있었다.

한 선비의 장인(丈人)이 호랑이에게 물려가고 있었다. 가공(可恐)할 일이었다. 이 선비가 다급(多急)해서 동네 사람들을 향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동네 사람들을 총동원해서 그 호랑이를 잡자는 것이었다.

"吾之丈人을 南山之虎가 食하니 有槍者는 持槍而來하고 有弓者는 持弓而來하라. 無槍無弓者는 持丈而來하라!"
(나의 장인을 남산의 호랑이가 물고 가니 창이 있는 사람은 창을 가지고 나오고 활이 있는 사람은 활을 가지고 나오고 창도 활도 없는 사람은 막대기라도 들고 나오시오).

동네 사람들이 뭔가 소리를 듣기는 하는데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몰라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장인은 호랑이의 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선비는 화가 났다. 그렇게 목청 터지라고 불렀는데도 동네 사람들은 인정머리 없이 비협조적(非協助的)으로 방관(傍觀)만 했다는 것이었다. 하여, 관가(官家)에다가 동네 사람들을 고소(告訴)했다.

관가에서도 알고 보니 선비의 잘못이 명백했다. 남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떠들었으니 오히려 고성방가(高聲放歌) 죄가 아닌가. 관(官)에서는 거꾸로 선비를 잡아 가두었다.

아내는 누룽지를 긁어 뭉쳐 감옥 아래에 갔다. 벽을 똑똑 두드려 신호를 한다. 갇혀 있던 남편이 높은 창(窓) 구멍으로 손을 내민다. 그러나 창이 너무 높아 서로의 손이 닿지 않아 애석(哀惜)하다. 이 친구 하는 말,

"汝手가 短커든 我手가 長커나 我手가 短커든 汝手가 長커나 高窓이 敵이로다"
(네 손이 짧거든 내 손이 길거나 내 손이 짧거든 네 손이 길거나 높은 창구멍이 원수로다)

한다.
관가에서 그 꼴을 보니 이 남자가 확실히 광인(狂人)이라 잡아 엎어놓고 몽둥이로 볼기를 친다.
그랬더니

"吾之臀이야"
(아이고 볼기야)

한다.
도저히 구제불능(救濟不能)이라, 남자를 석방하면서

"앞으로는 문자(文字)로 말하지 말라"

하고 엄명을 내렸다.
선비는 나가면서 말했다.





















"後日에는 不用文字하리이다"
(앞으로는 문자를 쓰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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