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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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1-12-20 
실린 곳 이야기나라 

해무동남군도립(海無東南群棹立: 바다 없는 동과 남에 돛대들이 섰고) 무화천지난봉래(無花天地亂蜂來: 꽃 없는 천지에 벌들이 어지럽게 날아든다)라 했던가. 동남(東南)에서 서북(西北)으로 경부간(京釜間) 전봇대들이 늘어섰을 때의 이야기다. 전봇대에 귀를 대고 들으면 벌통 소리가 난다(無花天地亂蜂來).

어떤 부인이 전봇줄로 말도 오가고 글도 오가고 물건도 오간다는 말을 듣고는 탄복을 한다.

"호호, 우리 나라도 이제 희한(稀罕)한 세상이 다 되었네. 강원도(江原道) 탄광(炭鑛)에 간 우리 신랑에게 옷을 한 벌 부쳐야지"

하면서 옷을 한 벌 지어다가 전봇줄에 매달아 놓았다. 어떤 거지가 지나가다가 그걸 보고는 장대로 옷을 내려다가 입고 자기의 남루한 옷을 대신 걸어 놓았다.

부인이 이튿날 가 보니, 자기가 걸어놓은 새 옷은 없고 걸레같이 남루하고 형편없는 옷이 한 벌 걸려 있다. 이 부인, 또 탄복을 한다.

"호호, 세월 참 좋다. 그새에 벌써 옷을 가져다주고 헌 옷이 왔네. 세상에, 이렇게 헌 옷이 되도록 몸에 꿰고 일을 했으니 얼마나 고생이 됐을까"

하면서 일년 사시사철 옷을 지어 부쳐 주었다. 번번이 헌 옷이 오는 것도 매번 신기한 일이었다. 거지만 살판 난 참이었다.

몇 해 후에 부인의 남편이 돈을 벌어 집으로 왔다. 부인이 가로되,

"여보, 내가 철철이 새 옷을 부쳐 드렸는데, 헌 옷이라도 가지고 오시지 않구요?"

남편, 어이없어 말문이 막힌다.

"그래, 옷을 어떻게 부쳤기에?"

여차여차(如此如此) 했노라고 부인이 자기의 충성심(忠誠心)을 자랑했건만 어이없는 남편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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