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욕설 가운데서 제일 메스꺼운 욕설이 '호로자식'이란 욕설하고 '화냥년'이란 욕설일세. 호로자식은 되놈 호(胡)자, 포로 로(虜)자, '되놈 포로로 잡혀갔던 여자한테서 난 자식'이란 소리고, 화냥년은, 실은 '환향년'인데, 돌아올 환(還)자 고향 향(鄕)자, '포로로 잡혀갔다가 정조를 짓밟히고 돌아온 년'이라는 소릴세. 여자들을 포로로 잡혀가게 했던 못난 놈들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기는커녕 염치 좋게 호로자식이고 화냥년일세. 더구나 그런 전쟁 때 정조를 지켜 자결을 한 여자들은 열녀비를 세우고, 조정에서는 그 열녀각에 사액(賜額)을 내리는가 하면, 열녀 가문에서 충신 난다고 음직까지 내렸네. 음직, 알지? 과거 안 보고 벼슬을 주는 것일세. 얼마나 미친놈들인가?"
(송기숙 저, <녹두장군 7>, 서출:창작과비평사, 1992, p.323, 어사 이용태가 고부 고울을 짓밟을 때 역졸들을 시켜 여자들을 무자비하게 겁탈하게 한 사건이 있은 후 승려 월공이 설만두에게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