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실린 날 2001-12-20 
실린 곳 이야기나라 

아는 체를 잘하는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어수룩해 보이는 젊은 나그네가 처음으로 그 기생을 찾아갔는데 기생은 이 나그네를 한껏 깔보고 대뜸 시험부터 해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선달님, 글 배우셨죠?"

"못 배웠네."

"원 세상에도 남자가 글을 모르면 얼마나 답답하시겠소. 그렇지만 손등이 하얀 걸 보니 날무식장이 같이는 안 보이는데 제가 하나 물어볼 테니 대답을 해 틏x? 소나무는 왜 오래 사는지 아세요?"

"모르지."

"그럼 학이 잘 우는 까닭은 알아요?"

"그것도 모르지."

"원 저런! 그럼 길가에 있는 나무가 떡 버티고 선 이치도 모르세요?"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

묻는 것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없으므로 기생은 콧대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니까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일러드릴 테니 들어 보시우. 소나무가 오래 사는 것은 그 속이 단단한 까닭이고요, 학이 잘 우는 것은 목이 긴 까닭이고요. 그리고 길가의 나무가 버티고 서 있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는 까닭이에요. 아시겠수?"

나그네는 그제야 정색을 하면서 물었다.

"하하, 그래? 소나무가 속이 단단해서 오래 사는 것이라면 대나무는 왜 속이 비었어도 사시사철 푸르기만 한가? 학은 목이 길어서 잘 운다지만 개구리는 목이 짧아도 울기만 잘 하지 않는가? 그리고 자네 어머니가 잘 버티고 서더니만 그것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고 그러는 것인가?"

그때서야 코가 납작해진 기생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짧은 밤에 얘기만 하고 지내시렵니까? 어서 옷 벗으시고 이불 속으로 드사이다."

 

이야기모음 사용 안내
628 기타 이야기 테너 도밍고의 성공
627 기타 이야기 나는 정말 부자인가 - 체크리스트
626 우리나라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짜장면
625 우리나라 이야기 여인도(女人島)
624 우리나라 이야기 그 남자와 그 여자
623 우리나라 이야기 100번째 손님
622 우리나라 이야기 효자와 산삼
621 우리나라 이야기 탱자나무 이야기
620 우리나라 이야기 개똥
619 우리나라 이야기 살모사
618 다른나라 이야기 남의 아이를 가진 아내를 용납한 징기스칸
617 우리나라 이야기 황당한 이혼 사유들
616 우리나라 이야기 귀이개에 찔려 죽은 노인
615 다른나라 이야기 17세기 유럽 첫날밤은 "공개섹스"
614 우리나라 이야기 감동의 주례사
613 우리나라 이야기 대장장이를 깨우친 이항복
612 우리나라 이야기 새롭게 읽는 토끼와 거북이
611 기타 이야기 사마리아 사람
610 우리나라 이야기 지네와 두꺼비
609 다른나라 이야기 마음을 읽다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