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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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240 
내 친구가 중병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새로 개발된 귀한 약을 복용해야 했습니다. 그 약은 생산량은 극히 적은데도 수요는 너무 많아 참으로 구하기 힘든 약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가족 중 한 사람이 내게 찾아와서

"랍비님! 랍비님은 유명한 의사들을 많이 알고 계시니까 우리 집 어른이 살아날 수 있도록 그 약을 꼭 구해주십시오. 그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내가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랍비님. 그 약은 희귀한 약이기 때문에 내가 그 약을 당신의 친구에게 주게 되면 그 약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마 그 사람은 죽게 되겠지요. 그래도 랍비께서 친구를 위해 그 약을 부탁하시겠습니까?"

나는 그 자리에서 답을 하지 못하고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탈무드>를 찾아보았습니다. <탈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죽이면 내가 살고, 그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타인을 죽여서는 안 된다. 어떻게 자신의 피가 다른 사람의 피보다 더 붉다고 할 수 있는가? 한 인간의 피가 다른 인간의 피보다 더 붉다고 할 수는 없다.

이 구절을 일고 나는 그 내용을 나의 상황에 적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는 내 친구의 피가 그 약을 쓰지 못하여 죽을지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피보다 더 붉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 교구에 사는 사람의 생명이 위태해서 그의 가족이 내게 그 약을 구해주기를 간절하게 부탁하는데 나는 <탈무드>의 가르침에 따라 내 친구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만 하는가? 그러나 나는 결국 그 약을 얻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내 친구는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1. 20020921 Daily B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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