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실린 곳 남산편지 241 
"수능이야 다시 볼 수 있지만 아버지는 한 분뿐이잖아요."

이 말은 95년부터 만성 간경화증을 앓아온 아버지(백병철, 52세, 서울 송파동)를 위해 자신의 간을 떼어준 아들 진우(17세, 경기고 3)군이 병실에 누운 채 한 말입니다.

서울 중부시장에서 김 도매업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백씨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지난 99년 말. 가족과 함께 새천년맞이 축제를 구경하고 들어온 백씨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부인 노경순(46)씨는 "복수가 차 배가 산처럼 부풀고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며 "그 후로 발작과 응급실행, 입원이 수없이 반복됐다"고 말했습니다.

노씨는 지난 2년여 동안 온 재산을 털어 남편 치료에 나섰지만, 올 초 간 이식 없이는 회복이 어려운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몸이 건강한 진우군이 간 이식을 하기로 했지만 "만 16세가 지나야 이식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따라 17세가 된 지난 4월에야 간 이식을 위한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술 날짜는 수능 뒤인 오는 11월 말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백씨가 지난 7월 말 입과 항문으로 토혈을 시작하면서 사정이 급해졌습니다. 보다 못한 진우군은 "내가 수능을 포기하겠다"고 나섰고, 아버지는 "차라리 내가 죽지 아들 앞길은 못 막겠다"며 버텼습니다. 결국 아버지가 혼수상태일 때 어머니와 상의해 몰래 응급수술날짜를 잡고 수술을 강행했습니다. 12시간의 대수술 끝에 명치부터 배꼽까지, 배꼽부터 옆구리까지 50㎝ 길이의 '영광스러운' 흉터가 생겼지만 진우군은 눈을 뜨자마자 "아버지 괜찮으시냐?"는 말부터 꺼냈다고 합니다.

아버지 백씨는 지난 9월 3일 12시간의 대수술 끝에 아들의 간을 이식받고 이날 회복운동을 막 시작했습니다. 11일 오후 10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의 한 병실. 간 이식수술 후 보행보조기를 짚은 아버지는 병상의 아들을 보고 말했습니다. "네가 얼른 일어나야지… 얼른 일어나 공부해야지…." 아버지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가득했지만, 아들은 "편찮은 데 없으시냐?"며 줄곧 아버지 걱정뿐이었습니다. 진우군은 퇴원 후 수능을 치를 예정이라 걱정이 많지만 "그래도 이제 마음이 후련해 공부도 잘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아버지의 손을 꼭 잡으며 "어릴 때처럼 함께 수영도 하고 여의도에 자전거도 타러 가요" 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조선일보 2002.09.12의 李泰勳기자의 글을 참고하였습니다.)
이야기모음 사용 안내
308 기타 이야기 가장 선한 것과 악한 것
307 기타 이야기 그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306 기타 이야기 오직 일념의 행복
305 기타 이야기 그 다음은 또 무엇을?
304 기타 이야기 공무원의 신조
303 기타 이야기 지존파와 사랑
302 기타 이야기 140명의 생명을 위해
301 기타 이야기 머리 깍은 친구들
300 기타 이야기 모유 예찬
299 기타 이야기 돌멩이의 가치
298 기타 이야기 자칭 60점 목사와 100점 목사
297 기타 이야기 기업인과 정직
296 기타 이야기 약한 자와 건강한 자
295 기타 이야기 목사가 부인에게 듣고 싶은 말
294 기타 이야기 섭리를 이해하는 자
293 기타 이야기 양피지가 의미하는 것
292 기타 이야기 개미와 베짱이 3탄
291 기타 이야기 고쳐 쓰시는 하나님
» 기타 이야기 수능시험이야 다시 볼 수 있지만
289 기타 이야기 어느 랍비의 고뇌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