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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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한겨레신문 
인도네시아에서는 처음 만나거나 오랜만에 보는 사람에게 “아파 카바르”(Apa kabar) 하고 인사한다. ‘무슨 소식 있습니까’라는 뜻이다. 자주 보는 사이에선 ‘안녕하십니까’라는 의미로 “슬라맡 파기”(아침 인사), “슬라맡 시앙”(낮 인사), 그리고 “슬라맡 소레”(저녁 인사)라고 한다. 슬라맡(Selamat)은 안녕 혹은 무사하다는 뜻이 있지만, 축하의 의미도 있다. 그래서 모든 축하할 일에는 “슬라맡!”이라고만 하면 된다.

“아파 카바르”나 “슬라맡”(안녕하십니까)은 인도네시아 역사와 무관치 않다고 봐도 좋겠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일찍이 서구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 350여년간 네덜란드 점령 하에 있었고, 1942년부터는 일제 시대를 겪었다. 일본의 패전으로 1945년 해방을 맞았으나, 곧이어 재통치를 바라는 네덜란드에 맞서 싸운 4년여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1950년 8월 완전 독립을 쟁취했다.

이렇게 보면 “슬라맡 파기”는 ‘아침이 온 걸 축하한다’는 인사로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1968년의 공산당 반란 사건과 독립 영웅 수카르노 대통령 하야 사건, 수하르토 정권의 부패 그리고 동티모르의 분리 독립, 이슬람과 기독교의 갈등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 축하보다는 안녕을 바라는 인사일 듯싶다.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서도, “아파 카바르” 하고 인사하면 하나같이 “카바르 바”(좋은 소식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건 인도네시아인들의 낙천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하겠다.

정영림/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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