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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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297 
가난 때문에 아들의 입원치료비 5만원을 내지 못해 빚을 진 채 반평생을 살아왔던 권정자 씨(53, 대구시)는 28년만에 아들을 치료해 준 병원을 찾아가 밀린 치료비 조로 당시 빚의 20배나 되는 1백만원을 내놓았습니다.

최근 권씨는 지난 2월 초 아들을 치료해 준 동산의료원을 찾아가

"28년 전 빚을 갚으러 왔습니다"

라며 대구역 앞 번개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면서 모운 현금 100만원을 내놓았습니다. 병원은 권씨의 아들 강씨의 차트가 남아있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옛날 일을 알아본 끝에 깊은 사연을 알게 된 것입니다.

권씨는 병원장의 초청을 받고 병원을 다시 방문한 자리에서

"너무 죄스러운 마음에 지금까지 동산의료원 근처로 지나 다니지도 못했다"

면서

"아들이 화상 치료를 받을 당시 저에게 한량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던 벽안의 병원장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모르겠다"

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권씨는 장남 강씨가 두 살 되던 지난 75년 6월 목과 어깨 부위의 화상을 치료 받기 위해 동산의료원에 입원 시켰으나, 당시 핫도그 장사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던 터라 치료비가 없어 병원 복도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 그 당시의 병원 원장이었던 마펫(Howard Moffett, 91, 미국 플로리다 거주) 박사가 복도에서 울고 있던 권씨를 발견하고는

"일단 치료부터 받고, 치료비는 나중에 갚으라"

며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 병원에 입원해 25일간 치료를 받고 완쾌돼 퇴원했습니다.

강씨는

"지난 2월 어머니가 28년 전에 진 빚을 갚았다는 말을 했을 때 내가 두 살 때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던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 빚진 치료비 때문인 것 같다"

고 말했습니다.

권씨는 20년 넘게 천식으로 몸이 불편한 남편을 부양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권씨는

"아무도 모르게 찾아가 오래된 빚을 갚는다는 것이 이렇게 알려지게 됐다"



"갚아야 할 돈을 갚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양심에 걸려 마음이 편안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마음이 너무 가볍다"

고 했습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서수지(60) 원장은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우리 곁에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권씨가 가져온 돈은 권씨 가족들처럼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불우한 환자를 돕는 기금으로 사용하겠다"

고 밝혔습니다.(조선일보2003.04.04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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