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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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할머니들 중에 일본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읽으며, 동창회 모임을 하면서 끼리끼리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같은 나이를 가진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밭에 나가 일하면서 냇가에 나가 빨래하고 산에가 나무해오는 것이 일과였으며, 매년 보릿고개를 반드시 넘겨야 하는 세대였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명동 가서 호떡 사먹고, 다방 가서 차 한 잔 하며, 극장가서 영화보고, 우동 사먹으면서 공부했다면 당대에는 극히 예외의 여성들이며, 또한 최고의 엘리트(?) 여성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남여고, 경성사범을 거친 엘리트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그분은 동기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음씨 좋고 매너 좋기로 이름나 있는 할머니였다. 인생을 성실히 살면서 자녀들을 훌륭히 키우고 계셨다. 그리고는 삶에서 중요한 요소인 신앙은 불교를 선택해 한평생 거기에 귀의하면서 늘 절에 다니곤 하였다. 나의 장모님과 친구인 그분은 어디를 가나 장모님에게 전도의 대상이 되었다. 너무나 선하고 인자하셔서 그런지 몰라도 이 방법도 써보고 저 방법도 써보았지만 교회와 예수님하고는 거리가 먼듯이 보였다.

그렇게 살다가 드디어 인생의 황혼기 70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장모님과 친하여 참으로 가까웠으나 늘 아쉬운 한 가지는 종교의 차이점과 그로 인한 생각과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점인 것이었다. 사실 예수님을 열심히 믿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갈 것이다. 왜 그토록 전도를 생명처럼 귀중히 여기는지를. 나그네의 길에 있는 이 땅의 삶도 중요하지만 영원한 본향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의 확보와 그곳에서의 삶이 최후의 소망인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보통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 사이니 오죽 그러했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이 엘리트 할머니가 불교와 절을 청산하고 기독교와 교회로 인생의 항로를 과감히 바꾼 것이다. 보통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고집과 나름대로의 철학 등 자기 방식이 형성되어 있어서 남의 말 듣기가 어렵고 특히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를 바꾸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바꾸셨다.

알고 본즉 그 할머니의 둘째아들이 교회에 열심히 나가면서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질과 사랑의 후원을 아끼지 않고 끊임없이 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할머니는 자기도 절에 돈을 늘 갖다 바쳤지 아들 같은 일은 안하였는데 왜 아들은 저렇게도 사랑을 베풀까?

그리고 그 사랑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하고 고민하던 끝에 70년이나 된 굳은 뼈를 과감히 부러뜨리는 결단을 하고는 예수님을 영접한 것이란다. 지금은 보통 열심이 아니시다. 이 좋은 예수님을 왜 이제야 믿었는가 후회하며 분초를 아끼고 있다고 한다.

역시 아들이건 동료이건 간에 남에게 헌신적 베풂을 보인다는 것은 대단한 감화와 위력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이종범 교수(원광대)

1. 19970817 Anti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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