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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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모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해, 장마 속에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두꺼비 한 마리가 부엌에까지 찾아 들어왔다. 딸은 징그러운 생각이 들어 집어 낼까 하다가 미물(微物)이긴 했지만 딱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밥 찌꺼기를 주어 길렀다. 매우 가난한 살림이지만 인색하지 않고 밥을 주는 것이 고마워서 그런지 두꺼비는 통 나가려 하지도 않았다.

두꺼비는 나날이 잘 자랐다. 두꺼비가 커서 먹이를 많이 먹을수록 모녀네 밥은 몫이 적어졌으나, 싫은 빛은 조금도 내비치지 않고 날마다 빠뜨리지 않고 밥을 주었다.

그 마을 뒷산에는 수천 년 묵은 큰 지네가 살고 있었다. 이 지네는 조화를 부려 날이 가물게 할 수도 있고,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묘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산에 당집을 짓고, 지네에게 제사까지 지내고 있었다. 제사를 잘 지내야 풍년도 들고, 산에 나무하러 가서 짐승의 피해를 모면할 수도 있다고 굳게 믿어 왔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큰 제사 때에는 지네를 위로하기 위하여 마을의 처녀를 한 사람씩 당집에 데려다 재워 지네에게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면 지네는 처녀를 아내로 삼고 그 처녀는 다시 딴 곳으로 시집을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해의 제사에는 두꺼비를 먹이고 있는 처녀가 지네의 아내로 뽑히게 되었다. 처녀는 매우 슬펐다. 지네의 아내가 되어 일생을 고독하게 살 것을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 하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처녀는 자신의 서러운 사정을 두꺼비에게 이야기했다. 두꺼비는 말을 못하는 미물이었으나 슬픈 듯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마침내 제삿날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제상을 차리고 농악을 울리는 가운데 처녀는 당집 안으로 들어갔다. 처녀는 무심코 옆을 보았다. 어느 사이에 두꺼비가 자기 옆에 따라와 있었다. 처녀는 다시 두꺼비에게 어찌하면 좋으냐고 하소연하였으나 아무 말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고 밤은 깊어 갔다. 처녀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몸을 떨었다. 두꺼비가 옆에 있어 준 것만으로 마음을 달래며 앞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자정이 되었다. 어둠 속에서 음산한 바람이 일더니 길이가 수십 발이나 되어 보이는 지네가 문 앞에 나타났다. 처녀는 몸이 오싹해졌다. 지네의 눈에선 파란 빛이 번쩍였다. 지네는 두꺼비를 보더니 멈칫했다. 지네의 눈에서 파란 빛이 나는 것을 본 두꺼비는 어슬렁어슬렁 나아가 지네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지네도 독을 뿜고 두꺼비도 입에서 독기있는 입김을 내뱉었다. 산이 울리고 바람이 불고 하는 속에 지네와 두꺼비는 우당탕거리며 싸웠다. 처녀는 너무나 무서워 기절하고 말았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이 당집으로 모였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지네와 두꺼비는 둘 다 죽어 있고 처녀는 기절을 해 있었다. 처녀에게 미음을 쑤어 먹였더니 깨어났다. 두꺼비가 처녀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지네와 싸우다 죽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두꺼비를 좋은 곳에 장사 지내 주고 지네는 불에다 태웠는데, 석 달 하고 열흘 동안 탔으며 그 냄새와 연기가 하늘 끝까지 뻗어 있었다.

오랫동안 마을 사람을 괴롭히던 지네도 죽었으니 이 일이 있을 뒤로 그 마을에서는 지네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도 없어졌고,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도 없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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