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실린 곳 한겨레신문 
“산보나 봉케!”

남아공에 살고 있는 줄루 인들은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연다. 한 작은 줄루 마을에서 현지조사를 할 때, 상쾌한 새벽 공기만큼이나 나를 기분 좋게 해주었던 것은 사람들의 청량한 아침인사였다. 마을 사람들은 겸손하게 양 손을 들고 허리를 살짝 굽혀 “산보나!”라고 공손히 인사를 던지며 하루를 시작한다.

“산보나 봉케!(Sanbona, Bonke)”는 ‘여러분, 나는 지금 당신들을 보고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이 인사는 아마도 19세기 초반 남부 아프리카의 정치적 변혁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남부 아프리카 흑인 사회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당시 상황으로 미뤄보아 아침에 사람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사가 되었을 것이다.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하는 서양식 인사보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우리 인사법에 정서적으로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줄루 인들의 정서는 우리의 정서와 많이 닮았다. 이 사람들에게 단수와 복수라는 문법개념은 별 의미가 없다. 원칙적으로 한 사람에게는 “사우보나!”라고 인사해야 함에도 굳이 “산보나!”라는 복수형을 고집하는 것은 “내 어머니”가 아니라 “우리 어머니”라고 말하는 우리 어법과 비슷하다. 오늘 아침, “산보나!”라는 인사를 던지며 수줍은 미소를 얼굴에 담은 채 부끄러운 듯 꽁무니를 빼는 줄루 마을 아이들의 정겨운 뒷모습이 떠오른다.

장용규/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어과 강사
이야기모음 사용 안내
448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러시아 “도브로예 우트로!”
447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체코 “도브레 라노!”
446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타이 “사왓디크랍!”
445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케냐 “잠보!”
444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루마니아 “부너 디미네아짜”
443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인도 “나마스테”
442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폴란드 “진 도브리”
441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몽골 “사인 바이노”
440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스리랑카 “아유보완”
»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남아공 ˝산보나 봉케˝
438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미얀마 “밍갈라바!”
437 기타 이야기 약속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436 우리나라 이야기 지네와 두꺼비
435 기타 이야기 하나밖에 모르는 못난이
434 기타 이야기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 40명
433 기타 이야기 엘리트 할머니의 결단
432 기타 이야기 주일예배 빼먹은 장로님
431 기타 이야기 작곡가의 펌프질
430 기타 이야기 봉사의 유형
429 기타 이야기 참 선지자―거짓 선지자 구분법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