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실린 곳 남산편지 289 
옛날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40년도 더 되는 1962년 2월 10일, 여수 남국민학교 졸업식에서 일어날 일입니다.

졸업식장에서 회색 스웨터에 까만 낡은 바지를 입은 중년부인이 노력상을 받았습니다. 그 부인이 단상에 올라가 상장을 받자 장내는 박수소리로 떠나갈 듯했고 졸업하는 그 부인의 딸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노력상을 받은 어머니와 딸은 세 채밖에 집이 없는 외딴 섬에 살았습니다. 주민이라고는 겨우 20명 뿐인 이 섬에서는 제일 가까운 여수에 볼 일이 있어도 섬사람들이 직접 만든 배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곳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여덟 살이 되자 남편에게 딸을 육지에서 공부시키자는 말을 어렵게 꺼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남편은

"20리나 되는 뱃길을 어떻게 다닐 수가 있겠느냐"

며 반대했습니다. 당시 그 섬에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그 섬이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믿음을 굽히지 않고 딸을 남편 몰래 육지의 국민학교에 입학시켰습니다.

그로부터 6년, 어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꼭두새벽에 일어나 20리나 되는 험한 물결을 가로지르며 손수 노를 저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섬으로 돌아와 밭일을 하다가 저녁이면 다시 배를 타고 딸을 데려와야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딸도 울고 그 어머니도 울었습니다. 딸은 어머니가 자신을 육지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두려워 울었고 어머니는 딸을 데리러 가는 길이 늦어 딸이 애처로워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저으며 울었습니다.

시계도 없는 섬에서 매일 시간을 맞춰 딸을 학교에 보내고 데려오는 일에 한 번도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6년을 하루같이 오간 뱃길이 무려 3만 3천리나 되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졸업생과 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의 감격스러운 울음으로 졸업식장은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모음 사용 안내
388 다른나라 이야기 17세기 유럽 첫날밤은 "공개섹스"
387 기타 이야기 도둑맞은 성경책
386 기타 이야기 감사를 잊어버린 사람들
385 기타 이야기 농부와 어미새
384 기타 이야기 무거운 짐의 복
383 기타 이야기 공짜와 함정
382 기타 이야기 설렁탕 국물
381 기타 이야기 숯의 교훈
380 기타 이야기 하나님 없는 인생
379 기타 이야기 서로의 눈과 손과 발
378 기타 이야기 마부 사랑
377 기타 이야기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
376 기타 이야기 어느 왕따 소년 이야기
375 기타 이야기 말 한마디가 갖는 의미
374 기타 이야기 진정한 용기
373 기타 이야기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372 기타 이야기 군복 입은 천사
371 기타 이야기 거짓말의 여러 유형
370 기타 이야기 거짓말의 여러 유형
369 기타 이야기 정의와 진실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