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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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276 
마을 아이들한테서 바보라고 놀림을 당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마구 때려도

"히~"

하고 웃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바보라서 아픈 것도 모르나보다' 하고 더욱 때려 댔습니다. 그래도 그 소년은 누런 이를 히죽 드러내며 웃었습니다. 이 소년은 7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 불쌍하게 생각한 마을 어른들이 먹을 거며 입을 것을 그에게 갖다주곤 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같이 놀자고 했다가 죽도록 맞기만 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어떻게 바보하고 놀아?"

"너 죽고 싶어?"

"이 더러운 게 누구보고 친구 하자는 거야?"

하며 마구 때렸습니다. 그래도 바보 소년은 히죽 웃으면서

"히~ 그래도 나랑 친구하자. 나랑 놀자"

라고 했습니다.

문짝 하나 제대로 달리지도 않은 흉가가 바보 소년의 안식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맞아서 온몸이 멍투성인 불쌍한 바보 소년을 맞아준 것은 거적 몇 장과 다 떨어진 담요 한 장이 고작이었습니다. 바보 소년은 슬펐습니다. 아이들에게 맞아서가 아니라 외로움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날도 바보 소년은

"얘들아 나랑 놀자. 나랑 친구 하자"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바보 자식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하며 또 마구 때렸습니다. 그 때 한 아이가

"좋아. 너랑 친구가 되어서 함께 놀아줄게. 단, 조건이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어, 싫으면 관두고..."

그 말을 들은 바보 소년은 날듯이 기뻤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그럼 내일 아침에 여기로 다시 나와라"

라는 말을 내뱉고는 아이들과 가버렸습니다. 소년은 친구가 생긴다는 설렘 때문에 새벽까지 친구들과 노는 상상을 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늦게 일어났습니다. 문득 아이들과 했던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은

"이 바보 자식아 왜 이렇게 늦게 와? 혼나고 싶어?"

라며 화를 냈습니다. 소년은

"히~ 미안해. 한번만 용서해줘라"

라며 사과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바보 소년을 마을 구석의 한 헛간으로 데려갔습니다.

"마을 주민이 오늘 헛간을 때우는데 네가 헛간 안에서 헛간이 다 탈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친구가 되어 줄께"

라고 그 아이가 말을 했습니다. 바보 소년은 헛간으로 들어가 한 구석에 웅크렸습니다.

저녁이 되자 불타는 헛간을 구경하려고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헛간 곳곳에 불을 붙이기 시작 했습니다. 아이들은

"바보 자식 이제 곧 뛰쳐나오겠지"

"뜨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꼴 좀 보자 나오기만 해봐라 이번에는 단단히 혼을 내주겠어"

라며 각자 바보 소년을 골려줄 생각을 했습니다. 불길은 더 거세어졌지만 바보 소년은 나오질 않았습니다. 바보 소년이 나오질 않자 아이들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밖에서 바보 소년이 도망 나오길 기다리던 아이들은 겁이 나 마을 어른들에게 헛간 안에 바보 소년이 있다고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 어른들이 불을 끄려 했으나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불이 꺼진 후 어른들은 헛간 구석에서 시커먼 바보 소년을 찾았습니다. 화상이 너무 심해 곧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이 바보야 그런다고 정말 계속 있으면 어떻게 해?"

하고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제야 바보 소년은 고개를 들고

"히~ 나... 야... 약속... 지켰.... 이제... 우... 우리... 치... 친구 맞지? 이제 나랑... 노... 놀아 주... 주... 줄..."

하고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남아 있었습니다.(퍼온 글)

외로움은 죽음보다 더 괴롭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1. 20030201 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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