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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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조정래, [아리랑] 
어느 산골마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가 태어나는 날 산이 우르릉거리며 울었고, 산짐승들이 그 집을 애워쌌다. 그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남다르게 몸집이 컸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을 얻은 기쁨에 앞서 산이 울고 산짐승들이 모여든 기이함과 아이의 큰 몸집을 걱정했다. 아이는 여섯 달 만에 걷기 시작했고, 열 달이 되면서 말이 또렸해졌다. 그리고 몸집은 다른 아이들보다 배는 더 커졌다. 아이의 부모는 점점 더 걱정이 커져서 아들의 그런 남다름을 자랑하기는커녕 감추려고 애썼다.

아이는 쑥쑥 자라 열살 때 벌써 볏섬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소기울을 썼고, 멧돼지를 따라 잡을만큼 몸이 날쌔졌다. 부모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그런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퍼져나갔다. 아이는 열다섯 총각이 되면서 멧돼지를 때려잡았고, 열여덟 살에는 호랑이를 때려잡게 되었다. 그 소문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소문은 그냥 호랑이를 따려잡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바로잡을 총각장수가 태어났다는 내용이 되어 퍼지고 있었다. 그 소문을 마침내 관가에서 알게 되고 말았다. 관가에서는 수십며의 군사를 풀었다. 아무리 기운이 세고 몸이 날쌘 총각이라도 수십명의 군사를 당할 도리는 없었다. 쫓고 쫓기는 싸움 끝에 총각은 결국 잡혀가는 몸이 되고 말았다. 관가에서는 불문곡직하고 총각의 양쪽 어깨의 빗장뼈를 부러뜨려 버렸다. 총각의 어깨가 무너져 내리고 고개가 꺾여 처지고 말았다. 총각은 더 이상 기운을 쓸 수 없는 몸이 되고 만 것이다. 죄는 상것으로서 장차 반란을 도모할 것이라는 거였다.

병신이 된 총각은 산봉우리에 올라가 밤낮 사흘을 산골이 올리도록 통곡했다. 그리고 깊은 산골짜기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총각의 시체를 찾아 장례를 지내고 난 어머니도 그날로 죽고 말았다.

그런데 총각은 백일 만에 호랑이로 환생했다. 그리고 총각의 어머니는 까치로 환생했다. 총각호랑이는 보통 호랑이와는 달랐다. 산신령님을 모시고 다니면서 아랫세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백성들이 고혈을 빠는 탐관오리들을 찾아내 물어갔다. 까치로 환생한 어머니는 꼭 아들 옆에 붙어다니면서, 높은 소나무가지에 앉아 아들에게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건 그저 허황한 전설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일들을 토대로 하여 엮어진 백성들의 수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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