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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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그 소년은 어려서부터 풋볼을 매우 좋아했지만 키도 작고 몸도 여위어 풋볼에 적합한 제격조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년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항상 풋볼 팀에 들었다. 그러나 그는 늘 후보 선수로 남아서 한번도 경기에 참여해 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언제가는 주전선수로 경기장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을 했다. 또 소년의 팀이 경기를 하는 날이면 소년의 아버지는 어김없이 운동장 관중석에서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다.

대학에 들어간 소년은 또 다시 풋볼 팀에 지원했다. 비록 체격은 왜소했지만 놀랄만한 투지를 높이산 감독이 소년을 합격 시켰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4년 동안 치러질 대학 풋볼경기 입장권을 모두 사버렸다. 그러나 소년은 4년 동안 한 번도 경기에 나가지 못했으며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아버지는 여전히 관중석의 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졸업을 얼마 앞둔 마지막 시합, 일주일 전날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소년은 허겁지겁 고향엘 다녀왔다.

그렇게 시합 날이 되었고, 경기는 소년이 속한 대학 팀이 뒤지고 있었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감독에게 소년이 제발 자신을 출전 시켜 달라고 빌었다. 감독은 단 한번도 경기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를 내보내는 것은 이 상황에서 무리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소년이 너무나 열성적으로 매달리자 결국 소년을 운동장에 내보냈다.

그런데 소년이 경기장에 나간 뒤부터 전세가 바뀌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잘 뛰었고 공도 잘 잡았다. 마침내 동점이 되고 경기시간 1분을 남겨 놓고 그 소년이 승리점을 올렸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감독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소년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소년이 울먹이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셨습니다. 아버지는 제 모든 경기를 보러 오셨지만 제가 뛰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오늘 처음으로 제가 경기하는 모습을 하늘에서 보실 수 있었을 겁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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