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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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정리: 전호영) 
어느 고을에 원님이 부임하면 반드시 첫날밤에 죽는 것이었다. 이제는 그 고을에 부임할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어떤 용감한 사람 하나가 자원해서 간다고 했다. 그래서 관사에는 사면에 불을 밝혀 놓았고 원님은 관복을 입고 밤중까지 뜬눈으로 지켜보고 앉아 있었다.

드디어 새벽. 이윽고 찬바람이 쉬~익 분다.

촛불이 모조리 꺼진다.

캄캄함 속에서 희미한 빛이 비췬다.

머리를 산발한 피투성이 여인이 나타는 것이었다.

아마 지금까지 죽은 원님들은 이 바람에 부임하자마자 첫날밤에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담대한 원님은 달랐다. 좀 떨리긴 하지만 청천벽력같이

"이게 무슨 요물이냐?"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산발한 피투성이 여인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라 이 기(旗)를 들고 왔습니다"

하고 흰 기폭(旗幅)에 '삼(三)' 자가 쓰인 것을 보이더니 사라졌다.

원님은 무릎을 탁 치면서 '알았노라' 하고는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관원들은 염포와 관을 준비해 가지고 관가에 모여들었다. 원님이 죽었겠으니 장사를 지낼 참이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보니 뜻밖에 원님이 눈이 뚱그렇게 뜨고 내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 놀라 '귀신인가, 사람인가' 하는데 원님은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백기삼(白旗三)이를 잡아들이렸다."

호통이 추상같다. 백기삼이도 마침 거기 있다가 그만 낯빛이 청백해지며 가슴이 철렁한다. 그중 누가 말했다.

"백기삼이 여기 있습니다."

"잡아 매우 쳐라."

백기삼이 항변했다.

"원님, 왜 저를 이렇게 치십니까? 청천벽력도 곡절이 있을 터인데, 억울합니다."

"이놈아 네 죄를 네가 알텐데, 이실직고 하렸다."

그제야 백기삼이 설설 분다.

"뒷산 밑 대밭 속에 보면 여자 시채가 있을 것입니다."

가본즉 목에 칼이 꼽힌 채 여자가 죽어 있었다. 백기삼이가 강탈하려하니 그 여자가 항거하자 죽인 것이다.

여자는 자기 원수를 갚아 달라고 원님에게 찾아왔고 그 추한 사건을 말로는 할 수 없어 백기(白旗)에다가 석 삼 자를 써 들고 온 것인데 그 얼띤 원님들이 혼령을 보고는 기절을 해 버린 것이었다.

원님은 그 여인의 시체를 거두어 양지바른 곳에 장사지내 주고 열녀비까지 세워 주었다. 그 후로는 그 고을의 모든 일이 순사무사했다는 얘기다. 하늘이 도와 상선벌악(賞善罰惡)의 원칙을 세운 것이었다. 백기삼이가 응당한 벌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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