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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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날 2008-08-01 
실린 곳 prok.org 
어제는 밖에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풀을 좀 뽑아라'고 했습니다. 혼자 풀을 뽑는 것도 지쳐서... 참 저는 가능하면 잡초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이름은 있을 것인데 제가 무지하여 그 이름을 모를 뿐이지요. 다만 내 생각에 이 땅에 자라는 것이 현재 용도로 적합하지 않아서 뽑아내는 것 뿐입니다.

저녁에 늦게 들어와 살펴보지 못했고 오늘 새벽 마당에 나가보니 키가 다른 풀보다 더 큰 풀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속으로 '잉.. 이 인간들 풀 좀 뽑으라고 했더니 일을 안 했네' 속으로 씩씩거리면서 강단으로 올라가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기도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또다시 반평 작업하는 마음으로 키가 쑥 자라버린 곳으로 발길을 옮겨 자리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에고.. 그곳은 호박들이 줄기를 내리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제가 잊고 있었습니다. "맞어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그 앞에도 그랬지.. 난 역시 머리가 나뻐, 왜 이리 기억하지 못할까?"

호박을 키워보신 분들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호박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갈 때에는 바람에 흔들거리지 않도록 자신의 넝클손으로 주변의 풀들을 붙잡습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풀들을 붙잡고 그들 사이로 지나가기 때문에 호박잎이 무성한 주변은 호박잎에 가려서 풀들이 많이 자라지 못하지만 반대로 호박잎에 가리지 않으려고 더 높이 자랍니다. 그렇기에 호박주변의 풀들은 쉽게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뽑지 않습니다. 보기 싫다고 풀을 뽑으려다 귀한 호박줄기를 함께 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주인이 이르되 가만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마태복음 13장 2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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