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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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457 
다음의 글은 ‘연탄 길’(이철환 저)에 있는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수아의 엄마와 아빠는 벽지 바르는 일을 했다. 그래서 옷에는 언제나 하얗게 풀이 묻어 있었다. 어느 날 학교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시장 골목에서 수아는 멀리서 엄마 아빠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수아는 몹시 당황했다. 여러 친구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오던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콜라 마실래? 내가 사줄게."

수아는 서둘러 친구들을 데리고 가까이 있는 슈퍼로 들어갔다.

"우리 여기서 콜라 마시고 나가자."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콜라를 마시며 엄마 아빠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지만 수아의 엄마 아빠는 지나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슈퍼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살폈으나 엄마 아빠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엄마 아빠가 슈퍼 앞을 지나가는 것조차 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수아는 엄마 얼굴을 보기가 너무 미안해서 엄마의 얼굴도 보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그때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수아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차마 엄마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수아야, 이거 한번 입어봐. 하도 예뻐서 샀는데 크기가 맞을는지 모르겠다. 안 맞으면 다시 바꾸기로 했으니까 어서 입어 봐."

"나중에 입어 볼게."

"그러지 말고 어서 입어 봐."

엄마는 수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그 순간 수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엄마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왜 그래 수아야? 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엄마는 놀란 듯이 물었지만 수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밤이 돼서야 수아는 엄마가 사다 준 옷을 입은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안방으로 가다 엄마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수아가 마음이 많이 상했나 봐요. 한참을 울더라구요."

"그랬어?"

"우리가 시장 길로 계속 가지 않고 샛길로 돌아오길 정말 잘했어요. 우리가 먼저 수아를 봤기에 망정이지…."

"한참 예민할 나인데 전들 창피하지 않았겠어?"

그 날 밤 수아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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