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전대환 채널 바로가기

실린 곳 남산편지 334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을 기다리고 있던 1983년 가을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잔뜩 술에 취해 들어와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서 절친하게 지내던 친구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잠에 빠져드는 내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당장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처럼 술에 취해 있었던지 전화기 친구의 음성은 약간 혀가 꼬부라져 있었던 것 같고 눈물을 머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몹시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귀찮기도 할뿐더러 짜증스럽기도 해서 지금 당장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거절하곤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른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나 00인데, 지금 빨리 XX네 집으로 와. 간밤에 XX가 자살 했대….” 나는 그 전화를 받고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자살했다는 그 친구가 바로 간밤 에 전화를 건 그 친구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친구는 자살을 하기에 앞서 그래도 뭔가 미련이 남아 내게 전화를 걸었던 모양입니다.

그 친구의 마지막 희망이었을지도 모른 채 나는 잠시의 귀찮음 때문에 그 친구의 마지막 요청을 매몰차게 뿌리쳐 버린 꼴이 되 버렸다. 내가 그 친구와 만나 따뜻한 몇 마디의 말들이 오고 갔다면, 나의 몇 마디가 그를 살리게 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그 친구를 죽인 거나 다름없었다. 아니, 죽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내가 그 친구의 죽음을 방치한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 후부터는 전화벨이 어느 때 울리건, 그게 잠결이건 꿈속이건 가리지 않고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받습니다. 행여 죽음을 앞두고 울먹이던 친구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하여….

(위의 글은 한수빈 이라는 분이 쓴 글을 퍼 온 것으로 약간 가다듬었습니다.)

1. 20031005 Antioch.
이야기모음 사용 안내
468 기타 이야기 “환갑잔치를 걸인잔치로”
467 기타 이야기 ‘알콩달콩’ 행복 앗아간 ‘로또’
466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미얀마 “밍갈라바!”
465 기타 이야기 "사는게 심심해서" 러 갑부들 돈내고 거지 창녀 체험
464 기타 이야기 감사와 행복
463 기타 이야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462 기타 이야기 "내가 아닙니다"
461 기타 이야기 "그들은 '살아있는 마리아' 였습니다!"
460 기타 이야기 반 컵의 물로
459 우리나라 이야기 은인(恩人)이 된 묘구(墓丘) 도둑
458 기타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용서를
457 다른나라 이야기 [지구마을아침인사] 폴란드 “진 도브리”
456 기타 이야기 두 가지 국가를 함께 부르는 나라
455 기타 이야기 ´얼굴을 알 수 없는 그대에게 축복을!´
454 기타 이야기 전쟁터의 성탄절
453 기타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실험실
452 기타 이야기 세계가 만약 100명의 마을이라면
451 기타 이야기 영혼의 의사
450 기타 이야기 설교에 대하여
449 기타 이야기 가장 행복한 순간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