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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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205 
어린 아이들이었던 우리들은 6.25사변으로 파견된 미군들을 졸졸 따라 다니며

“헬로! 추잉껌 기브 미, 씹던 것도 오케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70불에도 미치지 못한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지금의 국민소득은 1만불정도). 가끔은 마음 너그러운 미군에게서 껌이나 초컬릿을 얻는 운좋은 애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씹던 껌도 오케이!”

라는 말은 마음의 간절함을 의미하는 것이면서도 그 속에 자학적인 심정이 내포되어 있음을 그 때는 미쳐 몰랐다.

지난 4월 7일 일간지에는 “씹던 껌“이 경매에서 1만달러에 낙찰되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작년(2001년)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7차전 결승타의 주인공 루이스 곤잘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강타자)의 ”씹던 껌“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3월 7일 곤잘레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스프링캠프 훈련 도중 안타를 치고 1루에 진루한 뒤 씹다 뱉은 5센트짜리 껌을 재이슨 가버트라라는 사람이 경호원에게 부탁해 건네 받은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우드레이크에서 스포츠 기념품 가게를 하고 있는 가버트는 흙이 묻은 껌을 유리 상자 안에 진열하고 16일(한국시간) 현지 라디오방송의 한 디스크자키와 함께 곤잘레스의 “씹던 껌”을 인터넷 경매에 올렸다. “씹던 껌”을 팔아 한 고등학교의 장학금으로 쓴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었다. “씹던 껌”이 인터넷 경매에 오르자 경매가는 20달러로 시작되었으나 순식간에 2,000달러까지 폭등하였고 드디어는 1만 달러라는 고가에 낙찰되었다. 그 “씹던 껌”을 낙찰받은 사람은 무엘러 스포츠 약품사의 사장인 커트 무엘러이었다.

가버트는

“곤잘레스가 씹던 껌은 여느 학교 책상 밑에 붙어있는 껌과 똑같다”

고 증언했다. 그 껌이 정말 곤잘레스의 “씹던 껌”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 결국은 곤잘레스가 TV 카메라 앞에 나가 다른 껌을 씹고 DNA검사를 위해 플라스틱 병에 밀봉한 채 라디오방송국으로 보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89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89년)부터 11년간 텍사스에 몸담았던 곤잘레스는 96년과 98년 AL MVP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뛰며 35홈런을 포함해 타율 0.325에 140타점을 기록한 선수이다. 더욱 재미 있는 것은 곤잘레스가 이번 일에 대단한 만족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이런 좋은 자선행위를 위해 부탁만 하면 얼마든지 껌을 더 뱉어줄 수 있다”

고 답했다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겠다고, 혹은 비싸게 팔겠다고 아우성 치는 경매장에 “씹던 껌”을 통해 학교를 돕겠다는 선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남을 돕는 일에 1만 달러라는 거금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모든 선은 마음만 먹으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과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을 돕는 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어디엔가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기쁨과 너그러움을 더해주며 살맛나는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북대 정충영교수 (200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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