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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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2003-01-08 국민일보 
‘타임머신을 발명해 기원 1년의 로마로 떠난 발명가 피니스씨. 그는 질병에 시달리다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20세기의 의학기술을 보급했다. 그 결과 기원 1세기에 인류는 전염병에서 해방됐다. 평균 수명과 출산율도 급증,피니스씨가 로마에 당도할 무렵 2억5000만명이던 세계 인구는 서기 60년에 10억,300년에 2500억명이 됐다.

인구가 증가하자 과학기술도 발달했다. 태양계의 행성들을 분해하는 등 우주를 이용한 에너지 개발과 유전공학,합성 식량 등으로 먹고 사는 게 해결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공간. 인구가 30년마다 배로 늘어남에 따라 인류는 바다를 모두 메워버린 것으로도 모자라 일찍부터 지각을 뚫고 땅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나마 1970년이 되자 니켈과 철로 구성된 지구의 핵마저 파헤쳐지고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워버렸다.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인류는 결국 타임머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900조명의 지원자 중에서 한 사람을 선발해 기원 1년의 로마로 보냈다. 그는 로마에서 피니스씨가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나자마자 총으로 살해했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수천조명의 사람들에게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로마 제국은 결코 미개한 암흑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프레데릭 폴,‘피니스씨의 허무한 시간여행’)

이젠 맞지 않는 것으로 굳어진 맬서스식 인구론이 아니더라도 ‘인구 폭발’은 많은 사람에게 악몽이었다. 산림 황폐화와 수질 오염 등 환경 파괴,인명 경시,도시화에 따른 빈민층의 증가와 범죄 만연을 포함해 수많은 인위적 재해의 근본 원인이 인구 증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인구가 많다는 것은 경제 발전의 주요 장애 요인일 뿐 아니라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이런 인식은 당연히 우리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중에 모성 보호 등 새로운 가치를 포함하는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산아제한’은 하나의 모토로 자리잡았다. 자식이 많으면 야만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러나 이제 가족계획이라면 산아제한이 아니라 출산 장려와 동의어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 말하자면 역(逆)가족계획. 출산율이 너무 떨어짐에 따라 정부가 출산 수당을 지급하는가 하면 세액 공제 확대,교육비 경감 등의 혜택을 주는 출산장려대책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마치 자식 많이 낳은 여성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북한을 연상케한다.

물론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저출산율이 초래할 여러 결과를 생각하면 정부의 고민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 대책이 출산 장려밖에 없는지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밀도 세계 3위라는 기록에서 보듯 국토에 비해 인구 과잉인 상태에서 인구를 더 늘릴 경우 다른 부작용은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쾌적한 삶’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여성과 노인 등 비자발적 유휴 인력의 활용 방안부터 적극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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