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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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정리: 전호영) 
깊은 산 속에 한 노파(老婆)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봇짐 장수나 돈냥이나 가진 과객(過客)이라면 무자비(無慈悲)하게 처치하고는 재물(財物)을 빼앗는 것이 일이다. 그런 목적으로 함께 산중 무인지경(無人之境)에 주막(酒幕)을 차려 놓고 길손을 노린다.

길손이 오는 기척을 알고, 노파는 방 으슥한 곳에 쳐진 병풍(屛風) 앞에 앉아 울고 있다.

길손이 인기척을 냈다.

"여기 하룻밤 묵어 갑시다."

"그런데 손님, 우리 영감이 오늘 아침에 세상을 떠났는데, 보시다시피 이 곳은 산중이라 일꾼을 찾을 길이 없으니, 우리 둘이 저 건너 산에 가서 좀 묻읍시다. 제발 도와주시구려. 그러면 내 후히 대접하리다."

이 봇짐 손님, 예측(豫測)하지 못한 불가피(不可避)한 상황(狀況)에 닥쳐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어쨌거나 하룻밤을 쉬기는 쉬어야 하겠으니 거절할 수가 없다.

"좋습니다. 그러면 송장 묶을 밧줄이나 가지고 오시지요."

노파가 가져온 줄은 다 썩어 가는 새끼줄이었다.

"좀 튼튼한 걸 가지고 오시지요. 이걸 가지고 묶을 수 있겠습니까?"

노파가 울면서 대답했다.

"아이고오, 죽은 것만도 억울한데, 어찌 불쌍하게 꽁꽁 묶는단 말이오. 대강 묶어 거적에 싸 가지고 가서 묻읍시다."

봇짐장수가 시체(屍體)를 지고 산에 가 보니 하관(下棺)할 구덩이는 이미 파져 있었다. 산에 올라오는 길은 그다지 경사(傾斜)가 급하지 않았지만, 구덩이 한 편은 층암절벽(層岩絶壁)이었다. 손님은 시체의 발을 쥐고 절벽 쪽으로 가고, 주인 노파는 머리 부분을 들고 안쪽으로 섰다. 시체를 구덩이에 내려놓으려는 순간, 시체가 손님을 발로 차서 절벽으로 떨어뜨렸다. 이런 수법(手法)으로 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절벽으로 떨어져 죽었던가!

그러나 문제는 봇짐장수가 천우신조(天佑神助)요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간신히 살아났다는 데 있었다. 그 억울함이야 무엇으로 다 말하리.

봇짐 장수, 또 다시 봇짐을 해 가지고 그 주막을 찾았다. 사전(事前)에 변장변성(變裝變聲) 기술을 익혔음은 물론이다. 주막에 당도하니, 예의 노파가 역시 병풍 앞에서 울고 앉았다. 그 뒤의 일도 짜여진 각본(脚本) 그대로다. 이번에도 썩은 줄로 묶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봇짐장수 왈(曰),

"아니올시다. 시체를 그렇게 묶으면 복(福)이 떠나가니, 정 불쌍하시거든 산에 가서 풀어놓으시지요. 갈 때까지라도 야무지게 묶어야 하는 법이외다"

하면서 봇짐 줄을 풀어 수족(手足)을 먼저 묶고, 일곱 묶음 완전염(完全殮)을 마쳤다. 주인 노파는 그제야말로 정말 통곡(痛哭)을 한다. 장정이 순식간에 그렇게 해 치우니, 말릴 틈도 없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다.

장지(葬地)에 가서는

"머리 쪽이 더 무거우니 제가 들지요. 할머니께서는 발 쪽을 드시지요"

하며 각본을 완전히 뒤바꾸어, 송장과 노파를 절벽 아래로 떠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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