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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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정리: 전호영) 
원시시절(原始時節), 사람도 나기 전이었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때라 할까?

동물만국회의(動物萬國會議)가 열리게 되었다. 여우 한 마리가 회의 참석하러 길을 가다가 두꺼비를 만났다.

"어이, 섬자(蟾子: 두꺼비를 이름), 어디 가는 길인가?"

"만국회의에 가네."

"아, 잘 됐구만. 같이 가세."

둘이 길을 가는데, 토끼가 톡 튀어 나왔다.

"어이, 토자(兎子: 토끼를 이름), 자네는 어디 가는가?"

"만국회의에 가네."

"아, 잘 됐구만. 같이 가세."

셋이서 길을 가는데, 여우가 제일 앞서 가다가 떡 한 개를 주웠다. 혼자 먹자니 경우에 틀리고, 셋이 나누어 먹자니 얼마 안 되고, 해서 꾀를 부린다.

"향당막여치(鄕黨莫如齒: 시골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이 최고)라 했으니, 제일 연장자(年長者)가 먹기로 하세."

그럴듯한 제안이라, 토끼와 두꺼비가 동의 제청을 했다. 여우가 먼저 말했다.

"나는 홍몽천지(천지가 혼돈하고 공허할 시절)에 태어났네."

토끼가 이어서 말했다.

"나는 태고(太古) 적에 났는데..."

두꺼비 차례가 되었는데, 두꺼비는 말은 하지 않고 엉엉 울고 있다.

"섬자(蟾子), 왜 우는고?"

"홍몽천지 때는 내 맏아들이 늙어 죽었고, 태고 적에는 내 둘째 아들이 늙어 죽었는데, 자네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네."

그냥 물러날 여우가 아니었다.

'그 귀한 떡을 여우에게 다 주다니...'

절대 안될 말이다. 그래서 다시 제안했다.

"그럴 게 아니라, 술 못 먹는 이가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술도 못 마시니 얼마나 시장하겠는가?"

억울한 건 토끼도 마찬가지라, 삼분의 이의 찬성으로 앞서의 법을 무효화시켰다. 역시 여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누룩 근처에도 못 가네. 술 만드는 재료만 보아도 취하거든."

"나는 밀밭 근처에도 못 가네. 누룩을 만드는 밀 근처에만 가도 취하지."

토끼가 이어서 한 말이었다. 두꺼비 차례가 되었는데, 두꺼비는 또 말을 않고 이리 뒤뚱 저리 뒤뚱거린다.

"아니, 섬자(蟾子), 왜 그러는고?"

"아이고, 자네들이 무슨 소리를 했기에, 내가 취해서 몸을 가눌 수가 없는지 모르겠구만."

어쩔 수 없이 떡은 두꺼비의 차지가 되었다.

마침내 만국회의에 당도했다. 코끼리, 곰, 늑대, 노루, 사슴 등 동물이란 동물은 다 모였다. 그 중에서 덩치가 큰 놈들은 제각기 제가 장원(壯元)이라 떠들어댄다. 하늘이 쩡쩡 울리는 목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맹호(猛虎)의 위엄이 제일 당당했다.
이에, 두꺼비가 한 방 쏴 준다.

"이 놈, 소리만 크면 제일인 줄 아느냐?"

호랑이가 내려다보니 더럽게 생긴 놈이 가슴을 벌렁거리며 앉아 있다.

"요 밟으면 터질 놈아, 저리 꺼지지 못해?"

그렇게 시시하게 주눅이 들어버릴 두꺼비라면 애초에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보 형씨, 큰 소리만 하지 말고 우리 사나이답게 대결을 벌여 장원을 정합시다."

열이 바짝 오른 호랑이가 큰마음 먹고 제안했다.

"이 놈, 저 강(江)을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

"물론이지, 그런데 네가 먼저 큰 소리 쳤으니, 네가 먼저 뛰어 봐라."

호랑이가 뛸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 사이에 두꺼비는 호랑이 꼬리 털 몇 개를 물고 앉았다. 호랑이가 뛰는 바람에 두꺼비는 덤으로 딸려가 꼬리의 탄력으로 호랑이보다 훨씬 더 멀리 가서 앉았다. 마침 떨어진 곳이 썩은 짚신 위였다. 호랑이가 건너다보니 두꺼비가 안 보인다.

"요놈, 두꺼비야, 어디로 숨었니?"

뒤에 앉아 있던 두꺼비가 웃으면서,

"어험, 호랑이 이놈아, 넌 어딜 갔다가 이제야 나타나는 게냐? 나는 벌써 와서 앉았다 보니, 신었던 짚신이 벌써 이렇게 썩었지 않으냐?"

이래서,

'우리 두꺼비가 동물의 왕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민중(民衆) 두꺼비의 한스런 이야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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