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의 항암일기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입니다. 증상과 치료과정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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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곳 남산편지 405 
1989년, 강도 8.2의 지진이 아르메니아를 거의 쑥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진은 4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폐허의 아비규환 속에서 아르망의 아버지는 아내의 안전을 확인한 뒤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갔습니다. 학교는 이미 흔적만 남기고 있을 뿐 폭삭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가방을 들고 학교로 가던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디에선가 고통 받고 있을 아들 생각에 가슴은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아들과의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빠는 네 곁에 있을 거다!"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뿌옇게 흐려진 시선 속에 산산 조각난 폐허더미가 보였습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아들의 교실이 교사의 오른쪽 뒤편이라 짐작했습니다. 그는 그곳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을 하나씩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다른 부모들이 도착했고 비통에 차 절규하는 목소리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아르망”하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무거운 콘트리트 조각을 하나하나 들어내었습니다.

"불길이 솟고 있어요. 사방에서 폭발이 계속되고 있어요. 위험합니다.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어서 물러나세요."

소방대장이 소리 질렀습니다. 이번엔 경찰서장이 소리쳤습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끝난 일입니다.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도 위험합니다. 제발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곳은 처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콘크리트 조각을 걷어냈습니다. 그러기를 36시간이나 계속했습니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지친 팔은 후들후들 떨렸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 아들 아르망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빠? 저예요, 아빠! 제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빠가 살아계시면 틀림없이 저를 구하러 달려오실 거라고 말했어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빠는 네 곁에 있을 거다!’ 라고 약속하셨잖아요."

아르망의 아버지가 기뻐하며 힘을 다해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아르망, 그렇단다. 너는 어떠니? 모두 몇 명이 거기 있어?"

"33명 중에서 14명만 남았어요. 배도 고프고 목이 말라요. 건물이 삼각형 모양으로 무너져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기쁨에 넘쳐 아르망의 아버지는 감격의 눈물로 말했습니다.

"자, 어서 이리 나오너라!"

그러자 아르망의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아빠! 친구들부터 먼저 내보낼게요. 제 곁에는 아빠가 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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