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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
2010-02-16 |
출처 |
임의진, 《사랑》(샘터사, 2004), 133-134쪽 |
책본문 |
설교를 하려고 들어가는데 입구에 조씨 할매가 비를 바라보고 서 계셨다.
"왜 안 들어가고 계세요?"
"조퇴 할라고 그라요. 빨래를 널어놨단 말이요."
그래봤자 옷가지 몇 개일 텐데 예배 마치면 가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낯빛을 보아하니 그 때문만은 아닌 듯 싶었다. 저지난 주부터 한치댁 할매랑 얼굴을 붉히고 지내게 된 뒤끝이 분명했다. 우리동네 왈패 한치댁 할매에게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면서 가슴이 너무 여리시다.
"교회는 조퇴가 안 된당게요. 그냥 들어가세요."
"아니 가야 쓴단 말이요. 차 조깐 태워주쇼잉."
예배 시작 5분전이었다. 목사가 그래도 예배 전에 한번 바닥에 머리를 꼬나박아야 성령을 받든지 라이타 불을 받든지 그럴 거 아닌가. 바닥에 한번 머리를 부딪쳐야 은혜 코딱지라도 묻은 설교를 들을 거 아닌가. 도대체 협조가 없다. 단호한 표정, 우산도 없으시고….
왕복 5분으로 달렸다. 가는 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매는 미안하단 말씀도 없었다. 차에서 내리시는 순간 한 마디 내가 꺼냈다.
"헌금은 하고 나오셨소?"
둘이 허─ 하고 싱겁게 웃었다. |
시골 교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하면 목사님이 화가 많이 날 텐데,
시골 할머니들의 고집과 목사님의 해학이
어울려,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 같습니다.
목사에게 예배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하나님과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딸의 심통 때문에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길 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