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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딸, 그래도 아버지

by 마을지기 posted Apr 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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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10-04-21
출처 유안진 이향아 신달자, 《지란지교를 꿈꾸며》(정민미디어, 2004), 36쪽
책본문 나의 친구 K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헤어져 살아왔다. 아버지는 부인과 어린 딸을 버려두고 어여쁜 색시를 얻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K는 자기 아버지를 저주하고 증오하며 자랐다. 그는 자기에게 아버지가 없다고 부르짖으며 아버지의 존재를 부인하고 거부했다.

그러나 K는 아버지라는 호칭 이외엔 달리 부를 호칭도 표현할 방법도 없다는 사실에 아파했다. 그것이 내 친구 K를 한없이 슬프게 했다. 그녀는 아직도 가끔 자기의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며 슬픈 아름다움인가.

아마도 K의 아버지도 K를 딸이라 부를 수밖에 없으리라. 30여년간 아버지의 노릇을 못해 주었어도 그는 딸의 아버지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느끼고 아파했으리라.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천지가 개벽이 된다 해도 고쳐지거나 지워질 수 없는 관계, 이 슬픈 핏줄의 인연을 베고 사랑도 용서도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유안진)
사용처 1. 20100620 일 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은
숫자로 셈할 수 없이 희박하다고 합니다.
더구나 아버지와 딸로 엮일 가능성은
로또 1등 당첨보다 훨씬 어렵다고 합니다.

아버지 때문에 상처 받는 딸도 있고,
딸 때문에 아픈 아버지도 있습니다.
그래도 딸은 아버지라 부를 수밖에 없고,
아버지는 딸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 덕에 행복한 딸도 있고,
딸이 있어 기쁨을 얻는 아버지도 있습니다.
그런 관계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축복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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