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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며느리가 신식 음식을 했어!"

by 마을지기 posted Jul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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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11-02-07
출처 이어령외20인, 《어머니》(자유문학사, 1996), 129-130쪽
책본문 신혼 시절이었다. 아내가 하루는 카레라이스를 했다. 아내딴에는 신식 며느리의 면모를 확실히 보일 셈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 카레를 만들었는데, 어머니는 단번에 퇴짜를 놓았다.

― 이 돼지죽, 너나 먹어라!

어머니는 탁 숟가락을 놓았다. 역시 투가리 깨지는 소리에 찬바람이 휙 도는 표정이었다. 아내는 어찌할 바를 몰라 사색이 되었다. 그때 이웃집 할머니 한 분이 마실을 왔다. 문 밖에 인기척이 들리자마자 어머니는 아주 재빨리 놓았던 숟가락을 다시 집었다. 표정 또한 그렇게 빨리, 완벽하게 바꿀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너무나 행복한 노인네처럼 웃음을 활짝 짓고 나서 밥그릇에 카레를 듬뿍 얹었다.

― 우리 며느리가 신식 음식을 했어.

(박범신)
박범신 선생님의 이야기니까
적어도 수십 년 전의 이야기이고,
시어머니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이니
부인께서 진땀을 흘리셨겠습니다.

많은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에 대해
집안에서는 인상이 굳어 있어도
밖에 나가면 칭찬을 많이 하시지요.
자신의 '체면' 문제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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