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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by 마을지기 posted Dec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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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10-08-11
출처 김주영, 《아라리 난장 ①》(문이당, 2000), 167쪽
책본문 배꼽이란 원래 어머니와 아이가 하나임을 증명해 주는 신성한 샘터와 같은 것이었다. 생명의 자양분을 공급해 주던 탯줄의 흔적인 배꼽은 인체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돼서 신성시되어 왔다. 혁대의 목적과 효용성도 본래 배꼽을 막고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런데도 요사이 자발없는 젊은 계집들은 유행이라며 배꼽 드러내기를 예사로 안다고 변씨는 투덜거렸다. 배꼽이란 힘줄과 맥이 모이는 곳으로 오장육부를 거느리는 관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꼽이 깊고 넓으면 복이 있고 지혜롭다. 앝고 좁으면 어리석고 천한 성품임에 틀림없다. 들어가서 아래로 향해 있으면 지식이 있고, 튀어나와 위로 향해 있으면 지혜가 없다.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가난이 떠날 날이 없고, 위쪽으로 치우쳤으면 일생에 한 번은 재물이 쌓인다. 그리고 삐딱하면서 더러우면 성품이 선하지 못하다. 깊숙하게 간직되어 있으면 십중팔구 복록이 따르고, 튀어나와 있으면 필경 천박하다. 그런 비밀스러운 관상학적인 면모가 모두 모여 있는데도 배꼽을 자랑스럽게 까발리고 다닌다며 변씨는 입에 거품을 물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것을 드러내 놓고 다닙니다. 배꼽이 자랑스러우면 배꼽을 드러내놓고 다녀도 무방하겠습니다만, 자랑스러운 것이 배꼽밖에 없다면 그건 좀 문제가 아닐까요?

이야기마을 옹달샘

전대환의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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