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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앞둔 부인께

by 마을지기 posted May 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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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5-08-23
출처 정병헌 이지영 편, 《우리 선비들은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나누었을까》(사군자, 2005), 62쪽
책본문 아이들 데리고 추위에 어찌 계신고. 기별을 몰라 한 때도 잊은 적이 없으나, 안부 전하는 사람도 못 부리는 내 마음을 어디에다 비할꼬. 아이들 얼굴이 눈에 암암하여 있으니 나의 갑갑한 뜻을 누가 알꼬.

자네는 가슴 앓던 데가 이제 완전히 좋아져 계신가. 내 마음 쓰일 일이 하도 많으니 자네라도 성하면 좀 좋을까. 아버지께서 오늘 가라 내일 가라 하시되 한 번도 정하여 가라는 말씀을 아니하시니 민망함이 가이 없네. 산기(産氣)가 시작하거든 아무쪼록 부디 즉시 사람을 부리소. 밤중에 와도 즉시 갈 것이니 부디 즉시 즉시 사람을 보내소. 즉시 오면 비록 종이라도 큰 상을 줄 것이니 저들에게 이대로 일러서 즉시 즉시 즉시 보내소. 어련히 마소. 여러 날 어긋나게 되면, (자네만 고생하고) 정히 나는 고생을 아니할 것이니 소홀히 마소.
17세기 초에 경상도 현풍 소례 마을에서
가솔들을 거느리고 살았던 곽주가,
출산을 앞두고 친정에 가 있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입니다.
조선시대를 가부장 사회라 하여
남존여비 사상만 판쳤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애틋한 편지도 전해 내려옵니다.

사실 조선시대에도 '부부유별'이라고 했지,
'부부차별'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남정네들이 사랑을 벗어나
안채를 기웃거리고 간섭하는 것을
양가에서는 엄격히 금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영역이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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