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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 신랑신부의 노래

by 마을지기 posted Jul 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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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09-30
출처 유안진, 《딸아 딸아 연지 딸아》(문학동네, 2003), 125쪽
책본문 청포대하 자신노(靑袍帶下 紫腎怒)
홍상고중 백합소(紅裳袴中 白蛤笑)

가난한 양반 총각이 가난에 못 이겨 상민 부잣집으로 장가를 들었다. 가난하다 하여 신부가 가볍게 여길 것을 염려한 신랑은 글로써 신부의 기를 죽여 다홍치마 적에 잡아두려 했다. 그래서 신방에서 시를 지을 테니 대구(對句)를 하라고 신부에게 요구하고는 "청포대하 자신노요" 하자, 신부가 얼른 "홍상고중 백합소요" 라고 대구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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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말은 이런 뜻입니다.
"신랑의 푸른 도포 밑에서
붉은 신(콩팥)이 잔뜩 성을 내오."
그랬더니 신부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붉은 치마 속의 속곳 속에서
흰 조갑지가 웃고 있습니다."

함부로 이런 글을 인용해 싣는다고
외설(猥褻) 시비에 휘말릴지는 모르겠지만,
참 격이 있는 신랑신부의 대화입니다.
이제 부부가 되어 다 벗고 보면
가난한 집과 부잣집 출신이 어떻게 표가 나며
양반과 상민이 어디에 다름이 있겠습니까?
오로지 사람만 남을 뿐입니다.
옷과 옷의 대화는 가능한 한 줄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이야기마을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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