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백수의 기도

by 마을지기 posted Dec 05, 2003
Extra Form
보일날 2003-12-06
실린날 2003-09-19
출처 문화일보
원문 ▲TV에서 어제 저녁에 봤던 프로가 오늘 아침에 재방송으로 또 나와도 전혀 지루함을 못 느끼게 하소서.

▲처음 본 친구집에 가서도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게 하소서.

▲무릎 나온 운동복 한 벌만으로 능히 한 달을 버틸 수 있게 하소서.

▲목욕과 세수, 그리고 머리 감는 일은 1주일에 한번만 하게 해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 주시소서.

▲시간감각이 둔해지게 해 주소서.

▲무협지 없이는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까 하는 철학적 고민도 하게 해 주소서.

▲만화방 아저씨에게 호감이 가는 낯짝으로 만들어 주소서.

▲소주 알기를 생명수로 알고, 김치보다 더 좋은 안주는 없다는 걸 알게 해 주소서.

▲주위 사람들의 구박과 구타를 묵묵히 견뎌내는 무신경함을 자랑하게 해 주소서.

▲언제나 바쁜 척하게 해 주소서.

▲부모님이 잠드는 시간에 맞춰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시고, 부모님이 깨시는 시간에 맞춰 눈을 감을 수 있게 해 주소서.

▲100원만 들고 오락실을 가도 한 시간은 버틸 수 있게 해 주소서.

▲다시는 위와 같은 인간이 되지 않게 해 주소서.

아멘.
대한민국의 백수 여러분!
일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는 것은
절대로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무능함을 탓하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는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땅의 백성이라면 백수라도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백수조합이라도 만들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십시오.
이 나라에는 일 없이 빈둥거리면서도
오로지 부모 잘 만난 덕에,
아니면 온갖 술수를 부려,
팍팍 쓰며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에 대면 순수한 백수인 당신들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힘 내십시오.

[추신]

좀더 편하게 살기 위해
스스로 백수가 된 분들은
백수 자격이 없사오니,
이 글을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루 세 끼 밥 먹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투쟁하는
순수한 백수들께 누가 됩니다.

이야기마을 웃음샘

전대환의 유머 이야기

List of Articles
번호 보일날 제목 조회 수
1558 2003-11-28 미래의 경로당 풍경 2157
1557 2003-11-29 태초에 2044
1556 2003-11-30 한국 아이와 에디슨이 다른 점 1977
1555 2003-12-01 어른들을 위한 동화 2801
1554 2003-12-02 친구가 쓴 반성문 2646
1553 2003-12-03 선녀와 나무꾼 2689
1552 2003-12-04 아이의 간절한 소망 2523
1551 2003-12-05 누가 이런 짓을? 2581
» 2003-12-06 백수의 기도 2466
1549 2003-12-07 개똥이의 장래 희망 2391
1548 2003-12-08 지금은 미제시대? 2491
1547 2003-12-09 이별 후 버려야 할 열 가지 2566
1546 2003-12-10 도둑과 경찰의 대화 2270
1545 2003-12-11 재판 2055
1544 2003-12-12 남자들의 본심 2340
1543 2003-12-13 의사와 총기소유자 2020
1542 2003-12-14 도사도 바람둥이? 2022
1541 2003-12-15 어쩌란 말이냐? 2169
1540 2003-12-16 어떤 여자를 고를까? 2249
1539 2003-12-17 한석봉 어머니 254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84 Next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