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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탄 제대군인

by 마을지기 posted Feb 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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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날 2004-02-07
실린날 2003-01-09
출처 스포츠투데이
원문 99년 여름이었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후배 몇 놈하고 전철을 탔다.

그런데 맞은편에 이어폰을 끼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앉아 있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그때 난 제대한 지 얼마 안 됐다.

모든 여자가 내게 미소짓는 것 같았다.

헉! 근데, 이게 웬일!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밖에 비 와요?”

짧은 머리에 시커먼 피부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아직 안 와요. 근데 곧 쏟아질 것 같아요.”

“어떻게 해? 나 우산 안 갖고 나왔는데….”

우하하하.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나는 기사도를 발휘했다.

“그럼 이 우산 쓰실래요? 전 일행도 있고…”

(멋있어, 멋있어! 넌 찢어진 청바지의 이쁜 여자친구가 생기는 거야!)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자연스럽고 멋있었다.

그런데 같이 온 후배들이 날 피하기 시작했다.

의아해하는 내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앞에 앉은 애가 전화하는데 계속 대꾸하네?”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한참 된 이야기입니다.
요즘이야 이런 군인아저씬 없겠지요.
입대하기 전에도
그런 거 있었을 테니까요.^^
요즘은 내 귀에 들린다고
다 내게 하는 말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듣고 넘길 이야기가 있고
반드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지요.

이야기마을 웃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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